수십톤 트럭에 싣던 레이저 무기, 배낭-소총으로 분리 ‘1인 휴대’ 실현
숨만 쉬어도 빗나가는 한계, 3축 센서·초고속 거울 틸팅이 수전증 상쇄
MEMS 액추에이터가 0.001초 만에 흔들림 잡는 ‘광학 노이즈 캔슬링’
배터리 잔량 따라 점사 전환…‘보병 방공망’, 거리 재고 자동 초점 잡아
▲한화시스템의 보병용 '레이저 소총' 무기체계가 등장한 전장 환경 상상도. 그림=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재구성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수만원짜리 자폭 드론이 전장의 최대 위협 무기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 '스타워즈'나 '아이언맨'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보던 보병용 '레이저 소총'이 국산 방산기술을 통해 실제 전장에 등장할 채비를 마쳤다.
수십톤짜리 대형 트럭이나 군함에만 실을 수 있었던 거대한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일개 보병 1명이 거뜬히 짊어지고 쏠 수 있도록 중량 및 크기의 극소화와 정밀제어기술을 완성함으로써 무거운 실탄 대신 배터리를 메고 빛의 속도로 적을 요격하는 '1인 방공망'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한화시스템이 지식재산처로부터 '휴대용 레이저 무기'와 '레이저 무기용 조준점 유지장치 및 이를 구비한 휴대용 레이저 무기' 특허를 획득한 사실이 6일 본지 취재로 확인됐다.
이 특허는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주요 기능별로 소형화하고 복수의 모듈로 분리해 도수 운반·신속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4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레이저사업 일체를 109억 9500만원에 양수하며 관련 기술 일체를 확보했다.
◇ 무거운 심장은 '배낭' 속으로, 가벼운 총구는 '두손에'
현재 한화시스템 레이저사업센터는 △레이저 대공 무기 △레이저 폭발물 제거 장비 △레이저 발진기 △레이저 포 발사 장치 등 레이저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레이저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신주훈 레이저사업센터장과 조준용 레이저체계팀장이 있다. 미등기 임원인 신 센터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MBA를 마친 전략통이다. 한화솔루션 기초소재·M&A 담당 임원과 한화임팩트 투자전략실장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 방산팀장 등을 역임하며 사업 구조 재편과 미래전략 수립을 주도해 왔다.
실무 기술을 지휘하는 조 팀장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레이저 전문가다. 과거 ㈜한화 방산 레이저사업부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사업부 레이저사업센터를 거치며 국산 레이저 무기체계의 기틀을 닦아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레이저는 전자기파의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을 뜻하고, 전기 에너지·화학 에너지 등 외부 입력 에너지를 광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레이저의 3대 구성 요소는 △레이저 매질(laser medium:외부 입력 에너지에 의해 빛을 유도 방출) △펌핑원(pumping system:레이저 매질에 외부 입력 에너지를 공급) △공진기(optical resonator:반사경으로 구성돼 유도 방출된 빛을 증폭시켜 레이저 빔을 발생)이다.
빔의 출력 형태에 따라 레이저는 레이저 무기 용도로 사용되는 연속형 및 센서 용도로 사용되는 펄스형으로 분류되며, 매질에 따라 레이저는 기체·고체 레이저·액체·자유 전자로 나뉜다.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 빔의 특징인 지향성(직진성)과 고에너지 밀도를 활용한 무기를 말하며, 미래전과 RAM(Rocket·Artillery·Mortar) 방어에 유망한 대공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으로는 발사·운영 유지 비용이 적다는 점과 교전 시간이 빠르다는 점,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표적에 의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단점으로는 무기 시선(line of sight)의 제약과 대기에 의한 빔 집속 능력 저하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레이저 무기의 핵심 구성 요소로는 발생 장치와 제어 장치, 표적 추적 조준 장치가 있다.
레이저 무기를 개인 화기 수준으로 줄일 때 직면하는 가장 큰 물리적 장벽은 단연 '무게'와 '전력', 그리고 '발열'이다.
표적의 외피를 태울 만큼 강력한 빛을 만들어내는 레이저 발진기,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배터리, 펄펄 끓는 열을 식힐 냉각기까지 소총 하나에 모두 우겨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의 레이저 무기는 산악 지형이나 복잡한 도심 시가지에서는 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화시스템은 이 딜레마를 철저한 '분리'와 '스마트 통제'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냈다. 회사는 무겁고 열이 나는 레이저 발진기·제어 보드·충전 배터리·공랭식 냉각기 등 핵심 부품들은 병사가 등에 멜 수 있는 '백팩(배낭)형 모듈'로 통합했다. 반면에 실제로 적을 조준하고 레이저를 쏘는 조준 발사부는 기존의 '소총' 형태로 가볍게 만들어 병사의 두 손에 들려준다.
배낭 속 심장에서 만들어진 치명적인 레이저 빔은 특수 제작된 '광·제어 통합 케이블'이라는 빛의 탯줄을 타고 손에 들린 소총으로 전달돼 표적을 향해 뿜어진다. 스쿠버다이버가 무거운 산소통은 등에 메고 가벼운 호흡기만 입에 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험준한 산악 고지대나 도심의 고층 빌딩 옥상에 보병이 직접 걸어 올라가 즉각적인 대드론 방어망을 펼칠 수 있는 '도수 운반형(Man-portable) 레이저 무기'가 탄생한 것이다.
▲한화시스템의 휴대용 보병 레이저 무기 개념도. 그림=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재구성
◇ “숨만 쉬어도 빗나간다"…0.001초의 '광학 노이즈 캔슬링'
전장 상황을 고려한 '스마트 전력·냉각 관리' 기술도 돋보인다. 레이저를 쏠 때마다 무조건 배낭 속 냉각팬이 도는 것이 아니라 온도감지 센서가 발진기의 열을 실시간으로 읽어 한계온도에 도달했을 때만 송풍팬을 돌린다. 배터리 소모를 극한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소음과 열 방출을 최소화해 적에게 아군의 위치를 들키지 않는 은밀한 특수작전(Stealth Ops)을 가능케 한다.
또한 전투 중 배터리 잔량이 넉넉할 때는 파괴력이 높은 '연속 발진(Continuous Wave)' 모드로 빔을 뿜어내지만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제어 보드가 이를 스스로 판단해 레이저를 일정한 간격으로 짧게 끊어 쏘는 '점사(펄스 발진)' 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척박한 야전에서 보병이 한 발이라도 더 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장비 스스로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디테일이다.
가벼운 레이저 소총을 만들었다 해도 이를 보병이 들고 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총알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구를 떠나 관성으로 날아가지만 레이저 무기로 적 드론의 외피를 뚫으려면 모터나 배터리 등의 동전 크기의 취약점에 수 초간 지속해서 빛을 쪼이는 집광을 통해 열을 가해야만 한다. 일정체류시간(Dwell Time)이 필수이다.
이때 렌즈를 들고 있는 보병의 거친 호흡과 심장 박동,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수전증(손떨림)은 치명적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울 때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불이 붙지 않고 종이 표면만 긁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1㎞ 밖의 표적을 향해 쏠 때 총구에서의 1㎜ 떨림은 표적 지점에서 수 미터의 오차로 벌어진다. 이 때문에 기존 휴대용 레이저 화기 개념도들은 무거운 삼각대에 총을 단단히 거치한 뒤 운용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인간의 생리·물리적 한계를 '역진 연산 좌표' 기반의 초정밀 조준점 유지 장치 기술로 극복했다. 소총 내부에는 스마트폰이나 최첨단 드론의 자세 제어에 쓰이는 초정밀 '3축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가 탑재돼 있다. 병사가 숨을 쉬거나 손이 떨려 총구가 상하좌우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 총기 내부의 두뇌인 구동 제어부가 그 떨림의 크기와 방향, 3차원 위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그 다음 총열 내부에 장착된 '타격용 반사 거울'을 병사의 손이 흔들린 방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역방향)'으로 꺾어버린다. 이때 거울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겁고 느린 기계식 모터가 아닌 전기를 가하면 즉각적으로 수축·팽창하는 미세전자기계 시스템(MEM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기반의 '압전(Piezo) 액추에이터'다.
X축과 Y축 십(十)자 형태로 교차 배치된 압전 액추에이터와 거울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복원 스프링이 0.001초의 딜레이도 없이 손떨림을 상쇄한다. 마치 이어폰이 외부 소음의 반대 파동을 쏴 소음을 없애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처럼 병사의 떨림을 반대 방향의 거울 꺾임으로 상쇄하는 완벽한 '광학 노이즈 캔슬링'인 셈이다. 보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서 쏴 자세로 방아쇠를 당겨도 총구를 빠져나간 빛의 창 끝은 적 드론의 정수리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총기에 내장된 '레이저 거리 측정기(LRF)'가 표적까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재면 총기 내부의 렌즈 초점 조절부가 앞뒤로 미세하게 움직여 레이저 빔이 적의 표면에서 가장 뜨거운 초점으로 맺히도록 스스로 조절한다.
병사는 조준경 안의 레이저 에이머(표적 표시용 레이저)로 붉은 점을 표적에 맞추고 방아쇠만 당기면 거리를 계산하고 초점을 맞추며 흔들림을 상쇄해 적을 불태우는 모든 과정이 총기 내부에서 찰나의 순간에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완벽한 '스마트 웨폰'이다.
탄피와 화약 냄새, 반동도 없는 레이저 소총은 국가 주요시설 방어나 도심지 대테러 작전에서 파편 피해 없이 적의 드론만 핀셋처럼 제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어 미래 지상전의 판도를 뒤집을 새로운 '빛의 방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