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요즘 주식 안 하면 바보야."
재테크에 까막눈이던 한 친구가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식비든 자투리 돈까지 아껴서 주식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박 꿈을 꾸며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은 비단 이 친구만은 아니다. 투자 문외한마저 포모(FOMO·기회 상실 공포)에 시달릴 만큼 초유의 증시 강세가 지속돼서다. 1년 전 2500선 수준이던 코스피 지수가 무려 8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증시 환호 뒤에는 차가운 실물 경제가 가려져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증시와 달리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전반적인 생활 물가 압박마저 커져 장바구니 부담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지난 달 2.9% 올랐다. 해당 지수는 식료품·음료·주류·생활용품·교육·교통 등 가계 구매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특히, 고물가에 고유가·고환율까지 맞물리며 소비 심리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에 따른 에너지 비용 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외식·생필품·물류·교통 등 전방위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증시 호황일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부의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씀씀이도 확대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유가 없어 '부의 추월차선'을 타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같은 효과가 비껴나갈 우려가 있다.
앞서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인 주가 상승 속도를 놓고 경고성 발언을 한 점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주식의 상당 부분을 상위 소득자들과 기관들이 갖고 있다“며 “주가 상승 혜택의 정도가 소득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극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는 유통업계 곳곳에서도 포착된다. 중간 가격대의 소비층이 실종되면서 프리미엄과 초저가라는 양극단에 역량을 집중하는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힌트다. 코스피 지수 등 표면적 성과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감 경기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민간 소비 회복 속도를 더 더디게 만들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