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사회 통합돌봄, 간호조무사와 함께 가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5.19 18:55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이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 '낯선 병원이 아니라 오래 살아온 집에서, 익숙한 이웃 곁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지난 3월 27일부터 전면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은 그 물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첫 번째 공식 답변이다. 그런데 그 답변이 온전하지 않다.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현장을 묵묵히 지탱해온 간호조무사들이 이 제도 설계의 바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말 기준, 전국 동네의원 7만 1575개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의 약 86%, 13만 8285명이 간호조무사이다. 주민들이 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곳, 그 진료실의 문을 열고 환자를 맞이하는 이들이 바로 간호조무사이다. 나아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700시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한 방문간호 간호조무사 5300여 명이 이미 그 역량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돌봄통합지원법 제15조 제2호는 간호서비스의 주체를 '간호사'로만 한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일차의료기관 의사의 84.1%가 방문진료 시 간호조무사 활용을 위한 수가 신설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의원급 현장의 의사들이 “간호조무사 없이는 방문진료가 어렵다"고 말하는데, 법은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교육받은 숙련된 인력이 있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피해는 결국 돌봄이 필요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더 오래된 문제도 있다. 간호조무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가시험 응시에 '학력 상한선'이 적용되는 직종이다. 더 높은 수준의 간호 교육을 전문대에서 받았더라도, 별도로 학원 과정을 다시 이수해야만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2012년 규제개혁위원회가 평등원칙 위배, 위헌소지 등의 문제를 지적하였고, 2016년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제한에 대해 명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인력의 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자의 44%가 현장을 떠나 비활동 상태에 있으며, 5인 미만 의원급 근무자 절반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처우를 받는 실정이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흔히 더 많은 사람을 양성하는 데 눈을 돌린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이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정당한 지위와 합당한 처우를 보장하는 일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정부와 국회가 두 가지를 서둘러 주기를 요청한다. 하나는, 돌봄통합지원법에 간호조무사를 간호서비스 제공 주체로 명시하여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또 하나는, 2024년 간호법 제정 당시 약속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지체 없이 가동하여 학력 제한의 문제를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간호조무사는 우리 보건의료 체계의 보조적 존재가 아니다. 지역사회 돌봄의 실질적 토대를 이루는 핵심 인력이다. 간호조무사가 차별 없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도 비로소 그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제도는 현장과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글=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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