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직전 잠정합의안 마련…노사 쌍방양보 절충안 평가
반도체부문 1인 6억원 지급, 적자사업부도 성과급 공유
합의안 놓고 일부 불만 토로…22~27일 노조원 찬반투표
기대치에 접근, 피로감 누적에“이변 없이 가결” 기대감
재계 “환영하지만 성과급 지급 사례 산업계 확산 안돼”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임금협상을 마친 여명구(왼쪽)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오른쪽)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뒤 김영훈(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전날인 20일 극적으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 파국사태를 유보시켰지만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22~27일 진행되는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향배를 좌우할 관건은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잘 설득해 잠정합의안을 가결로 이끌어내려는 진정성과 신뢰일 것이다.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 가까스로 접점을 찾은 만큼 큰 이변 없이 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돼 있는 분위기여서 사측이나 노조 집행부나 이변 발생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21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밤 경기도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약 5개월간 이어진 '극한 대립'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노조는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추후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조합원 찬반투표 일정은 22~27일로 잡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이번 합의안은 초기업 노조 및 공동투쟁본부가 최선을 다해 이끌어낸 결과물"이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최 위원장은 “단순한 임금 결정의 자리가 아니라 회사와 노조의 원칙이 정면으로 부딪힌 싸움이었다"며 “마지막까지 노조가 요구하는 가치를 고수했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안이 조합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에 잠정 합의안 투표 결과를 초기업 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잠정합의안 발표와 노조 집행부의 파업 유보 결정 뒤인 이날 오전 11시24분 게재된 해당 글에는 오후 2시까지 18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80% 이상은 그동안 노조 집행부의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다만, 일부 구성원들은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을 버린 협상이 최선이냐', '기존 사측안보다 후퇴했다', '사측 손아귀에 놀아났다' 등 비판적인 의견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전날 밤 올라온 '3차 총회 공고' 게시글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20일 오후 11시32분 공개된 해당 글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83개의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는 '부결', '반대' 등 부정적인 의견 비중이 훨씬 높다. 합의안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이날 기준 7만560명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16일 임금교섭 1차 본교섭을 시작했으나 초반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해를 넘기고 노조는 올해 2월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3월3일에는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노조는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지난 4월 23일에는 조합원 약 4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등 파업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노조는 각계의 우려 속에 파업 예정일 전날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고 마지막 추가 교섭에서 극적으로 합의가 도출됐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조합원 찬반투표는 가결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삼성전자 협상 과정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파업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 내용이 '기대치와 간극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이익의 15%'라는 최초 제시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회사 실적 전망치 등을 감안할 때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6억원가량을 손에 쥘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성과급을 줄 수 없다고 버티던 사측이 노조 의견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점도 가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투표 가결을 통해 '파업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삼성전자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비슷한 노사 갈등이 재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 잠정 합의안 도출은) 노사가 모두 노력하고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라며 “상호 간 입장에 대해 이해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또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도 이날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으로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