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낮 태양광이 전력 절반 공급, 밤엔 ‘0MW’ 패턴 반복
열대야·AI시대 야간 피크 확대…“유연성 전원 없인 계통 불안”
LNG 퇴출 압박 속 되레 역할 커져…전기요금 부담 변수로
▲24일 시간대별 전력수급 실적. 전력거래소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어날 수록 천연가스 발전량도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은 햇빛이 드는 낮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전을 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대는 기동성이 좋은 다른 발전원이 감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천연가스발전밖에 없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화재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해 보급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부처님오신날 연휴 기간이던 지난 24일 낮 12~1시 기준 태양광 발전 비중은 실제 총수요 기준 46.3%까지 치솟았다.
당시 태양광 발전 출력은 약 27.2GW로 전체 전력수요 5만8737MW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했다. 산업체 조업 감소와 맑은 날씨가 겹치며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오후 8~9시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전력수요는 6만570MW까지 증가했지만 태양광 발전량은 '0MW'를 기록했다. 태양광 비중 역시 0%였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력시장을 장악했지만, 해가 진 뒤에는 다시 LNG·석탄·원전이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기존 구조로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최근 전력시장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LNG 발전 출력이 급격히 감소했다가, 저녁 시간 다시 급증하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도 낮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이 50%를 돌파하자 LNG 발전은 새벽 약 20GW 수준에서 정오에는 6GW대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다시 19GW 수준까지 치솟았다.
재생에너지 확대·LNG 퇴출기조 속 유연성 역할은 더 커지는 '아이러니'
역설적이게도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면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도 늘어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량은 2020년 1만6611GWh에서 2024년 3만2725GWh로 1.97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천연가스발전량도 14만5911GWh에서 16만7205GWh로 1.15배 늘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LNG 같은 빠른 출력조정 전원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LNG 필요성이 동시에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여름철 전력피크는 단순 주간 냉방수요를 넘어 밤 시간대까지 이어지는 '열대야형 피크'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 등으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태양광 발전 확대만으로는 야간 피크 대응이 어렵고, LNG발전과 같은 유연성 전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책 방향은 오히려 신규 LNG 억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조 아래 신규 LNG 발전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LNG발전 비중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력업계에서는 현실적인 계통 운영 측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 변동성이 커질수록 LNG 발전기의 빈번한 기동·정지와 출력조정이 불가피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설비 효율 저하와 운영비 증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발전사 내부에서는 최근 잦아진 출력조정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2시간 단위로 발전기를 껐다 켜는 것이 운영 효율과 환경 측면 모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구조에선 전기요금 상승 불가피"
문제는 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요금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 LNG 가격 반등 움직임이 겹치며 발전용 연료비 부담이 다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LNG 도입가격 상승분이 SMP(계통한계가격)에 반영될 경우 전력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ESS(에너지저장장치), 송전망 보강, 장주기 저장기술 등 계통 유연성 확보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ESS 역시 경제성 한계가 뚜렷해 단기간 내 대규모 확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보다 변동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단계"라며 “재생에너지와 LNG, 저장장치, 계통 투자를 함께 보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