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완 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 前 주ICAO 대사
▲이재완 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 前 주ICAO 대사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 이후 항공은 인류의 이동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왔다. 오늘날 미래항공모빌리티(AAM/UAM)는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AI 자율비행, 디지털 공역관리 기술을 결합하며 새로운 항공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하늘을 일상적이동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제3의 항공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정부의 'K-UAM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과 '운용개념서 1.5'는 기술 자립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초기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조정하고, 비도심 공공서비스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도 현실적 접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K-UAM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안전 실증 못지않게 국민이실제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GTX를 비롯한 고속·고밀도 광역교통망이 이미 상당 수준 구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M이 기존 교통 수단 대비 어떤 시간 절감 효과와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법·제도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첫째, UAM 항공기를 '항공안전법' 체계 안으로 조속히 편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도심형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고시의 기술기준은 법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상위법인 '항공안전법'에 '도심형항공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하위 행정규칙이 기술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기와 헬기의 특성을 결합한 신개념 수직이착륙 항공기(Powered-lift)와의 관계가 불명확하며, 소음 기준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항공기 분류는 안전인증과 운항규칙의 출발점이다. 실제 운항 단계에서는 감항증명, 운항승인, 조종사 자격 등 기존 항공안전 체계와의 연계가 불가피하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은 Powered-lift 항공기를 기존 항공안전 체계 안에서 수용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특별법 중심 접근을 넘어 '항공안전법' 안에서 '도심형항공기'의 분류와 안전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범 단계와 상용화 단계의 경계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시범운용구역 내에서 '항공안전법' 규정을 완화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초기 상용화 모델이 시범사업 단계와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항공안전 체계에서 실증 단계와 상용 운항 단계의 구분은 엄격해야 하며, 규제 특례가 사실상 상용 운항 단계까지 연장되는 방식은 국민적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UAM 정책은 단순한 '모빌리티 산업'이 아니라 '항공체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UAM은 기존 항공체계의 연장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일본 역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 정책과 인증은 항공당국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ICAO를 중심으로 감항인증·공역관리·운항규칙에 관한 국제표준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UAM이 원격조종과 자율비행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공역관리, 인증, 사이버보안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K-UAM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미래 글로벌 항공질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항공의 역사는 기술만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K-UAM이 국제표준과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