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제·MRO’, K-항공우주·방산 질주 이면의 뇌관…법무법인 태평양, 글로벌 규제 돌파구 제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6.10 09:00

항공우주 1조 달러 시대…타 업종과 융합 가속
韓 허가에도 美 꼬리표…‘무형 기술’ 유출 주의
패러다임 변화…MRO·사이버 보안, 관건 부상
독해진 ‘캐치 올’ 규제… 전사적 자율 준수 필수

올해부터 양산이 예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F-21 보라매 전투기. 사진=박규빈 기자

▲올해부터 양산이 예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F-21 보라매 전투기. 사진=박규빈 기자

K-방산이 전례 없는 수출 호황을 누리며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촘촘한 '수출 통제'의 그물망이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때문에 완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납품하던 과거의 관행을 넘어 부품 조달부터 데이터 보안, MRO(유지·보수·정비)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인 리스크 방어망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소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본사 25층 세미나실에서는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 주최로 '항공·우주·방산 분야 수출 통제 이슈와 기업의 대응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방산 생태계를 이루는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규제에 대한 실무적 해법을 모색했다.


김성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환영사에서 “K-2 흑표 전차와 해군 함정 등 방산 수출 확대로 국제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제품·기술·데이터 이동에 있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준법 과제가 수반되고 있다"며 “법무·사업, 연구·개발(R&D)·공급망 관리 부서가 하나의 팀으로 융합해 움직여야만 복수의 규제 체계가 얽힌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우주, 10년 새 70% 고속 성장 전망…“우주청 R&D 예산 늘려야"


김성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혁신성장실장이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 주최로 열린 '항공·우주·방산 분야 수출 통제 이슈와 기업의 대응 전략

▲김성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혁신성장실장이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 주최로 열린 '항공·우주·방산 분야 수출 통제 이슈와 기업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국내외 항공우주산업의 현황과 글로벌 동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국내 항공 제조 산업은 향후 10년간 생산 70%, 수출 49%에 달하는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항공 제조 산업 규모 역시 여행 수요 폭발과 친환경 기체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2023년 6306억 달러에서 2032년 1조31억 달러(한화 약 1532조 원)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중견·중소기업들은 △에어버스 A320·A321 날개 하부 패널 △이스라엘 IAI G280 비즈니스젯 복합재 △보잉 787 후방 동체 △GE 'LEAP 엔진' 저압 터빈(LPT) 모듈 △F-15EX 전투기 조종석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며 우주 경제 생태계도 이종 산업 간 융합으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저궤도 위성 자세 제어용 '제논(Xenon) 가스'를 국산화해 수출길을 뚫었으며, 향후 달이나 우주 공간에서의 현지 자원 조달(ISRU)을 위해 소형 모듈 원전(SMR)·우주 건설 굴착기·페브로스카이트 태양 전지·수경 재배 등 원자력·건설·화학·농업 산업의 우주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성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혁신성장실장은 “우리나라 제조 산업 특유의 선진화 역량이 우주 분야로 확장되며 막대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면서도 “정작 내년 우주항공청 예산 1조1201억 원 중 실물 경제를 이끌 항공 제조 산업 관련 R&D 배정액은 500억 원대에 그쳐 정부 차원의 핀셋 지원과 예산 확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허가받아도 美 꼬리표 규제…통제 사각지대 '간주 수출'


최다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항공우주·방산 분야 수출 통제 개요 및 동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최다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항공우주·방산 분야 수출 통제 개요 및 동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수출 기업 실무진은 계약 전 세 가지 행정 관문을 개별적으로 교차 검토해야 한다.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는 산업통상부가, 방위사업법상 방산 물자·국방과학기술은 방위사업청이 관할한다. 대 러시아·대 벨라루스 특별 조치 등 상황 허가 요건도 별도로 따져야 한다. 상업용으로 개발된 이중 용도 품목이라도 수입국의 정부나 군 관련 기관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경우 방사청의 통제를 받는다.



미국 규제인 역외 적용(Extraterritoriality)은 더 큰 암초다. 수출품에 미국산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섞인 '최소 허용 기준(De minimis rule)'에 해당하거나 미국산 부품이 없더라도 미국 기술·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생산된 '해외 직접 제품 규칙(FDPR)'에 해당할 경우 한국 정부의 허가와 무관하게 미국 수출 관리 규정(EAR)의 통제를 이중으로 받아야 한다. 특히 미국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 통제 품목은 단 1%만 섞여도 전체를 통제하는 '씨스루 룰(See-through Rule)'이 적용된다. 무형의 기술 통제망도 존재해 국내 사업장의 외국인 직원이 사내 서버에 있는 통제 기술 도면을 열람하는 행위는 '간주 수출(Deemed Export)'로 분류된다.


간주 수출이란 물리적인 물품이나 소프트웨어의 국경 간 이동이 없더라도 자국 영토 안에서 외국인에게 통제 대상 기술이나 소스코드를 공개·이전하는 행위를 '수출'과 동일하게 보고 통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최다미 태평양 변호사는 “기업 실무진들은 단순히 완제품을 박스에 담아 해외 선박에 싣는 물리적 이동만을 수출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며 “해외 MRO 사업 명목으로 현지 인력에게 정비 매뉴얼을 건네거나 원격 진단 프로그램의 접속 권한을 허용하는 무형의 행위 역시 강력한 글로벌 제재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기 획득 패러다임 변화…MRO 시장, 'CMMC' 장벽 넘어야


양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책임 연구원이 최신 항공·국방 수출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양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책임 연구원이 최신 항공·국방 수출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글로벌 국방 획득 패러다임은 30년 이상 가동률을 유지하는 '총 수명주기 관리(Life Cycle Management)'로 재편됐다. 생산 인프라 고갈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직면한 미국은 국가 방위 산업 전략(NDIS)을 제정하고, 인도·태평양 5개 거점을 활용해 동맹국과 '현지 지원 체계(RSF)'를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다국적 파이퍼(PIPIR) 협의체를 통해 전 세계 2900여 대에 달하는 F-16 전투기 정비 시범 사업이 한미 간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고, 미 해군 함정 MRO 물량도 국내 대형 조선소들로 본격 유입되고 있다.


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올 10월 미 국방부가 전 부처 계약에 전면 도입하는 '사이버 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CMMC, Cybersecurity Maturity Model Certification)' 획득이다. 대형 체계업체가 단독으로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무기 체계 데이터나 설계 도면을 공유받는 1~3차 하위 중소 협력사들 모두가 체계 업체와 동등한 등급의 정보 보호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만 정상적인 부품 납품이 가능하다.


양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책임 연구원은 “최고 성능의 무기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확보한 전력을 얼마나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수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진정한 국가 안보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렸다"며 “하위 중소기업들까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보안 인프라 상향 평준화를 서둘러 이뤄내지 못한다면 거대한 MRO 슈퍼 사이클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더 독해진 '캐치 올'… 실사 의무 대폭 강화에 징벌적 페널티


황호성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장(전문 위원).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황호성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장(전문 위원).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완제품 자체가 통제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 탑재된 핵심 통제 구성품의 가격이 전체의 10% 이상이거나 장비 성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전체 장비가 덩달아 전략 물자로 취급된다. 방산 품목 생산을 위해 특수 설계된 공작 기계나 환경 시험 시설(ML18) 역시 군용 전략 물자로 분류된다. 최근 미 국무부가 보잉과 RTX 등에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벌금 폭탄을 부과한 사례들은 완제품 밀수출이 아닌, 해외 협력사 및 외국인 직원에게 민감한 기술 자료 데이터 접근을 허용한 것이 사유였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개정 대외무역법상 '상황 허가(캐치 올)' 조항은 규제 문턱을 대폭 낮췄다. 수입자가 대량 파괴 무기로 전용할 의도를 기업이 명백히 '알았을 때'만 작동하던 기존 통제와 달리 개정안은 재래식 무기 제조 등 '이용 또는 전용할 의도가 있음을 알았거나 의심되는 경우' 무조건 정부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상업용 상용품이더라도 중앙아시아·중동 등을 거치는 우회 경로 정황이 포착되면 여지없이 규제망에 포섭된다.


황호성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장은 “방위산업은 전 세계적 보호 무역주의와 신 냉전 체제의 가장 끝점에 서 있어 제재로 인한 파장이 기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황 센터장은 “로펌이나 법무팀의 사후 대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영업·R&D·물류가 융합된 전사적 자율 준수 체제(CP)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찾아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