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 중앙보훈병원장
매년 6월이면 보훈병원에는 환자 위문이 갑자기 많아진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특별한 희생을 하신 분들의 뜻을 기리고 위로하는 일이니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보훈의료의 현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보훈의료체계는 우수하다고 생각되지만 개선의 여지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유공자, 유가족 등 보훈의료 대상자는 약 170만명이고 대부분 70대 중반 이상의 고령층으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복합적인 노인성 질환들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400만건이 넘는 진료가 보훈병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보훈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을 보면 진료만이 목적이 아니고 본인들이 국가로부터 얼마나 기억되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무게가 바로 보훈의료의 일선에서 우리가 짊어진 책임의 본질이다. 보훈의료는 단순한 복지가 아닌 국가적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보훈의료체계에서 상급병원의 역할을 하는 중앙보훈병원을 포함해서 종합병원급인 보훈병원은 현재 6개(3682병상) 뿐이다. 그래서 생존해 계신 6.25 전쟁 참전용사,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월남전 참전용사들은 불편한 몸으로 진료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에 1025개의 위탁병원이 있지만 대부분 의원급으로, 중증이나 고난이도 진료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정부는 보훈병원이 없는 강원·제주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을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하고, 위탁병원도 2030년까지 2000개로 늘려서 보훈의료 접근성을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물론 양적 확대 외에도 질 향상도 같이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훈병원들을 관리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은 변화하고 있는 보훈의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료기관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해서 보훈병원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보훈의료체계의 중심 병원인 중앙보훈병원도 전문 진료 및 고난이도 진료를 시행하는 최상위 기관으로 지방 보훈병원, 위탁병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
보훈병원의 특성으로 급성기 치료에서 재활, 요양, 임종 관리로 연결되는 포괄적 의료서비스체계는 민간병원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보훈병원들이 암, 뇌·심혈관계 질환 등 중증 진료 역량이나 AI 기반 스마트 병원 환경 등에서는 최근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민간병원들과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초고령화 하는 보훈가족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훈의료 제공자로서 자부심을 가지려면 이런 격차가 빨리 극복해야만 한다. 국가유공자가 진료비 감면 때문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질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보훈병원을 찾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병원 운영 체계의 개선, 시설 및 환경의 개선, 의료인력 충원, 처우개선 등이 시급하고 당연히 정부 정책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올해 보훈의료 예산은 7400억원 규모이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적절한 보훈의료는 장기 요양의 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투자이기도 하고 국가의 품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대한민국 보훈의료의 예산과 인프라가 국가의 책임에 걸맞은지 점검해 볼 때다.
모두가 6월에는 보훈을 말한다. 그러나 6월에만 들리는 '철새 구호'가 아니라 항상 이야기되어야 진짜 보훈이다. 보훈병원 전문성 강화, 위탁병원 질 관리, 준보훈병원 제도 확립, 그리고 이를 위한 안정적 예산 확보 등이 구호가 아닌 정책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또 중앙보훈병원이 그 중심에서 제 역할을 다할 때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나라가 제대로 응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신호철 중앙보훈병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