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 개최
신한지주 부사장 “포용금융 연체율 리스크”
가계대출 총량 대비 포용금융 3.1% 그쳐
“금융그룹, ‘포용금융’ 시대적 과제 인식”
포용금융 규모↑ ‘노마진’ 대출금리↓
“과감한 인센티브 등 유인책 절실”
▲금융권의 포용금융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건전성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포용금융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 금융지주사가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향해 현장에서 바라본 포용금융의 리스크를 직격해 눈길을 끌었다.
◇ 금융사들, 포용금융 왜 꺼리나 했더니...부실가능성↑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그룹전략부문장(CSO))은 “현재 그룹에서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을 총괄하고 있다"라며 “이 자리는 신한금융을 대표해서 나온 게 아닌 금융그룹,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를 대표해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그룹전략부문장(CSO))이 '현장 관점의 포용금융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집사람이 (저에게)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당신 오래 살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요즘 은행원만큼 욕먹는 집단도 없다. 저도 말하자면 악의 무리 부두목급 정도 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고 부사장은 “금융은 금융사와 금융기관의 역할이 상존한다"라며 “금융사로서 성장을 통한 투자자, 고객 니즈를 충족해야 하고, 금융기관으로서 양극화 현상 속 소외된 서민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그룹의 가장 큰 미션은 금융회사, 금융기관의 역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주주, 고객에게 칭찬받고, 어려운 분들에게도 더 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부사장은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리스크"라며 “포용금융 대출상품의 연체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을 보면 신용등급 50% 이하, 포용금융 신용대출과 같은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작년 3월 말 1.93%에서 올해 3월 말 2.28%로 0.35%포인트(p) 상승했다. 해당 데이터는 신용평점이 없는 국내 차주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 기간 고신용자 연체율은 0.01%로 변동이 없었고, 일반신용 연체율은 0.01%에서 0.02%로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총량 대비 포용금융 비중은 낮은 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은행 가계대출(145조4000억원) 비중을 보면 주택담보대출 65조8000억원(45%), 전세대출 30조1000억원(20.5%), 기타 담보대출 28조4000억원(19.4%), 신용대출 22조2000억원)(15.1%) 순이었다. 신용대출 가운데 고신용 대출 비중은 5.2%, 일반신용 대출 비중은 6.8%였다. 반면 포용금융 영역의 중저신용 대출은 4조5000억원으로 3.1%에 불과했다.
◇ “포용금융 시대적 과제...중저신용자 금리부담 완화"
▲신한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비교 및 가계대출 상품별 비중.
고 부사장은 “모든 금융그룹은 건전성 이슈에도 불구하고 포용금융 확대가 시대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부동산은 영원할 수 없고, 모든 영업에 있어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으로 건강한 비즈니스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들도 레드오션인 우량 신용시장 포트폴리오의 의존도를 낮추고, 중저신용자를 잘 끌어올려 주거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현재 양적 확대, 금리부담 완화, 대안신용평가 강화 등 세 가지 방향으로 포용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포용금융 규모를 늘려 서민 지원과 대출 포트폴리오 편중 완화, 고객 기반 확대를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저신용자에 고금리를 적용할 경우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금리부담을 낮춰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고 부사장은 “어려운 분들에게 기존처럼 높은 금리를 받으면, 그분들은 (원금 상환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거의 노마진으로, 대출금리를 7% 이하로 취급하거나 이자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입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대안신용평가를 강화하는 것이다. 고 부사장은 “포용금융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신용대출에 부실이 생길 수 있고, 이를 부담하는 것은 결국 금융사의 몫"이라며 “무차별한 대출 지원보다는 같은 포용금융 고객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고객,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되는 고객, 성실하게 상환할 의지가 있는 고객을 가려내는 선구안이 생산적 금융뿐만 아니라 포용금융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규제 완화에 달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 부사장은 금융당국에 금융사들이 스스로 포용금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공부 못하는 애를 때린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건 아니다. 모든 건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라며 “금융사들이 더 신나서 포용금융을 잘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 출연금 등의 과감한 인센티브와 다양한 동기부여책을 줬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에 있어서 담당 부처도 많고, 규제도 엄격하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 가명 처리를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가명결합이 일회성으로만 허용되는 탓에 모형을 개발할 때마다 비효율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자회사 간에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활용하려고 해도, 고객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고 부사장은 “현재 금융위원회 주관 신용평가체계 개편 TF에서 이 부분을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대안신용평가 개발에 있어서 정보공유 특례로 고객 사전동의 없이 사후 통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완화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에서 포용금융 관련 인센티브와 데이터 중심의 규제 완화에 힘써준다면, 금융그룹도 포용금융 잘했다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며 “포용금융은 금융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이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 더 일찍 조정하며, 더 낮은 사회적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은 밀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닌 현장의 질문과 비판 속에서 단단해져야 한다"라며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은 전문가, 시민단체, 현장 실무자까지 폭넓게 참여해 더 넓게 듣고, 금융시스템 전반을 더 깊게 들여다보며, 국민과 시장이 함께 지켜보고 검증할 수 있도록 더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