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현의 소재 탐구] 전기강판, 전력기기·전기차 품질 좌우…포스코-산학연 ‘고효율화’ 집중

정승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6.20 14:00

■ 정승현의 소재 탐구 ⑨ 전력기·전기차 모터의 핵심소재 ‘전기강판’
‘자성 띤’ 강판…일반강판보다 효율 높아 주로 전력부품에 소요
제품 품질에 큰 영향…목표수율 달성 위해 시험생산·검증 반복
포스코 총 100만톤 생산, 현대차·생기원·울산대 등 10곳 협업

구동모터코어

▲포스코의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생산한 구동모터코어 제품의 모습. 사진=포스코

전기강판이 AI 전환(AX)과 전동화(electrification)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강도와 무게뿐 아니라 전기강판의 자성이 제품의 구동 효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성을 띠는 강판을 뜻하는 전기강판은 일반강판을 썼을 때보다 효율을 높여 주기에 자성으로 움직임이나 전력을 발생시키는 부품에 주로 쓰인다.


전기강판은 자기장 방향과 압연 방향이 일치하는 '방향성'과 불일치하는 '비방향성'으로 나뉜다. 방향성 전기강판은 주로 변압기와 리액터(reactor:전류 변화를 방해하는 성질 인덕턴스를 이용해 전류 제한, 전압 변동 완화, 고장전류 제한 등에 쓰이는 전자장치)에 쓰이고,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회전기기나 전기차 모터에 적용된다.



전기강판 공정은 규소를 첨가하면서 고강도 같은 철강의 특성을 유지하고 목적에 따라 강판의 자성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까다롭다. 일반 열·냉연강판과 달리 자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게 입자 배열이 이뤄지도록 압연과 고온소둔 공정을 거친다. 이 공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운영하느냐가 전기강판의 성능을 좌우한다.


강판 주변에 전류가 흐르면 강판에 자기장이 생기는데, 이 자기장이 강판에 소용돌이 모양으로 전류를 형성해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이 전체 기기의 작동 과정에서 전력 손실(와전류 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제강 과정에서 규소를 첨가하면 강재의 저항이 커져 열을 초래하는 전류의 양을 줄여준다. 와전류 손실을 저감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규소를 더 첨가할수록 와전류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더 커지지만, 그만큼 철 함유량이 줄어들어 강도가 약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쇳물을 부은 뒤 탄소를 비롯한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고, 수요자가 요구하는 강도와 형태,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규소 함유량과 자성, 강판 두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철강사들의 주요 과제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변압기에 쓰이는 방향성 전기강판이 무방향성 전기강판보다 일반적으로 제조 공정이 더 까다로워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분류된다"며 “하지만 최근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최근 더 좋은 전기 전도성과 0.15~0.2mm 수준으로 얇은 초극박화 특성을 갖추는 쪽으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기기나 전기자동차 등 전기강판을 많이 쓰는 산업군은 전기강판을 무엇을 쓰느냐가 생산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재를 채택하기 위해 시험 생산과 검증작업을 수없이 거칠 정도로 신중하게 고민한다고 설명한다.



전기강판을 주재료로 쓰는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강판은 협력사(철강사)들이 카탈로그에 제시하는 수치(전력 손실 같은 물성)와 실제 변압기 제작 후 시험값이 상이하기 때문에 협력사 변경이 어려운 자재"라며 “그 차이는 매우 큰 품질에 영향을 미치며, 보통 전기강판 협력사 변경 시 최종 고객에게 통보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HyperNO

▲전남 광양에 위치한 파크(Park)1538 광양 제품전시 공간에 하이퍼(Hyper) NO가 적용된 자동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포스코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전기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경북 포항제철소와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각각 연간 70만톤, 30만톤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8대 전략 기술개발 프로젝트 품목 중 하나로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NO(HyperNO)'를 두고, 광양제철소 직속으로 연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지원하는 '자동차핵심부품용 특화 철강판재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규소 함량 6.5%급 광폭 전기강판 및 전기차 전비 향상형 코어·구동모터 제조기술 개발' 연구과제를 주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에스엘, 폴페어일렉트릭 등 완성차 기업과 차 부품 기업,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울산대학교, 부경대학교, 한국금속재료연구조합까지 산학연 기관 10곳이 참여한다.


이들 참여기관들은 고효율 모터의 핵심 소재인 규소 6.5%급 광폭 전기강판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 뒤 실제 전기차 구동모터에 적용해 전비 향상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급증하는 고효율 전기강판 수요를 겨냥해 국내 철강·자동차 산업 공급망에서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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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정승현 기자 입니다. 산업부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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