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개 도시 분석…교통·환경 넘어 AI 행정 경쟁 본격화
“데이터·관제·실증 묶어야 자율형 도시 전환 가능”
이정훈 교수, 284억원 초연결 지능도시 플랫폼 R&D 소개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3일차 전략기술세미나에서 AI 기반 초연결 지능도시의 발전 방향과 핵심 기반기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인공지능(AI) 전환의 승패는 개별 서비스 숫자가 아니라 도시 전체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교통·환경·에너지 분야 중심이던 스마트시티 경쟁이 도시 행정과 재난 대응, 자율적 의사결정으로 확장되면서 AI 기반 도시 운영체계를 먼저 갖춘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격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26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3일차 전략기술세미나에서 'AI 기반 초연결 지능도시 핵심 기반기술 개발 및 실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IfM Engage와 함께 세계 50개 도시를 분석 중인 '2026 스마트시티 인덱스' 초기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대상 도시에서는 앱·웹 서비스 약 2130건, 도시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 약 1817건, 리빙랩 약 382건 등이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는 교통·환경·에너지·도시행정 분야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개별 서비스 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분야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연결하고 분석하는 도시가 앞서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도시 전환의 무게중심이 교통을 넘어 도시 행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시 데이터 개방과 활용이 늘어나면서 민원·복지·재난·시설관리 등 행정 영역에서 자동화와 시뮬레이션, 예측형 AI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AI를 도시 운영에 적용하는 출발점은 결국 데이터"라며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가진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 사이의 격차가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AI 기반 도시 서비스 가운데 예측형 AI 비중은 약 53%로 가장 높았다. 침수와 산사태, 전력 수요, 교통량 등 도시 문제를 사전에 예측해 대응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와 서울, 두바이, 리스본 등이 AI 기반 도시 서비스와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선도 도시로 언급됐다.
이 교수는 “도시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향후에는 피지컬 AI와 에이전트 AI가 도시 공간에서 실제 의사결정과 운영을 보조하는 단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26일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전략기술세미나에서 발표한 도시별 AI 활용 분석 자료. 발표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서울이 도시 AI 활용을 선도하고, 서울과 리스본은 예측형 AI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사진=장혜원 기자
데이터가 도시의 새 인프라…'AI 자율도시' 경쟁 시작
도시 운영 플랫폼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통합 플랫폼 기반으로 도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선도 도시 비중은 2022년 16%에서 2024년 66%로 늘었고, 올해는 76%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기관이나 부서가 따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보다 교통·에너지·환경·안전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고 대응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플랫폼 없이 각자 서비스를 만들면 데이터 연계와 확산이 어려워지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며 “AI 전환이 빨라질수록 통합 플랫폼을 갖춘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역할의 확대도 주요 변화로 꼽혔다. 과거에는 공공이 도시 플랫폼과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AI 모델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 기술기업과의 협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과 함께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하는 AI 기반 초연결 지능도시 연구개발 사업도 소개했다. 총사업비 284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기존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를 고도화해 실시간·다중형 데이터 기반의 AI 도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을 비롯해 LH 등 16개 기관이 참여하며, 인구 증가형 도시와 인구 감소형 도시를 각각 실증 대상으로 삼아 지역 여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후·재난·안전 대응과 도시 문제 예측, 지능형 관제 등을 주요 적용 분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자체가 적은 비용으로 AI 도시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기존 데이터와의 연계, 상호운용성, 자동화 기능을 강화하려 한다"며 “단순 반응형 도시가 아니라 위험과 수요를 먼저 예측하고 대응하는 도시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도시들도 AI 전환을 계기로 빠르게 도약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도시들도 데이터 인프라와 실증 기반, 거버넌스 체계를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AI 도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