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필수 운영자금 2000억원이 결정타
사측 “피해 최소화 노력” 정부는 임금체불 피해자 등 직접 챙기기
‘마지막 불씨’ 남았지만 MBK·메리츠 갈등은 여전
▲자료사진. 홈플러스 매장 이미지.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필수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지 못해 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사측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운신의 폭은 좁은 상태다. 정부는 당장 임금체불 피해자 등을 구제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회생을 위한 '마지막 불씨'는 남았지만 이해관계자 사이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어 이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2000억원 마련 못해 '퇴짜'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측이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계획안에는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로 재편해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자금인 2000억원을 조달할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이 성사됐지만 잔존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했다"며 “급여, 물품대금채무, 조세 등 공익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위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선 운영자금으로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폐지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당초 올해 3월4일이었던 기한을 5월4일까지 연장했고 이날까지 한 차례 더 미뤘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이다. 사유가 있을 때 최장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작년 3월4일 개시된 점을 고려하면 9월까지 기한을 재차 연장할 수 있었던 셈이다.
홈플러스 측은 일단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3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 입점업체, 협력업체 등 여러 이해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채권자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량실직'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도 나섰다. 일단 파산 절차를 밟게 된 홈플러스 재직자에게 생계 안정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 협력업체에 경영 안정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까지 체불 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1인당 1000만원 한도까지 체불액 범위에서 연 1.5% 저금리로 생계비 융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위소득 50% 이하인 저소득 재직 근로자 대상으로는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연 1.5%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실직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로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받을 수 있다.
▲자료사진. 홈플러스 매장 전경.
◇ 극적 회생 가능성 여전…MBK·메리츠 갈등은 여전
재판부가 이날 홈플러스에 사실상 '파산 선고'를 내렸지만 극적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으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가압류·경매를 막아주던 포괄적 금지명령도 해제됐다. 대신 재판부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운영자금 부족의 영향이 가장 컸던 만큼 즉시항고 기간 내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면 심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번 폐지 결정이 확정된다.
사측은 파산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낸 입장문을 통해 메리츠금융그룹이 회생계획안 실행에 필요한 2000억원 중 1000억원을 긴급운영자금(DIP)으로 대출 약정하면서 내걸었던 '회사와 김병주 MBK 회장'의 연대 보증 조건을 MBK파트너스가 수용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도 '최후의 노력' 중 하나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에서 “지난 몇 주간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대주주 측 운용관리사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파트너가 제공한 1000억원의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며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했다.
문제는 MBK와 메리츠 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3월과 5월 회생계획안 기한이 연장됐을 때만 해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을 매각해 경영난을 완화한다는 방법이 있었다. 2000억원대에 NS홈쇼핑으로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자금난이 여전하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책임 공방'이 장기화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금을 에스크로에 예치했으나,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MBK 측이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MBK는 1000억원에 대해 회사 차원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미 김병주 회장의 개인 증여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과 신용을 직간접적으로 부담했다며 맞섰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 2위에 한때 전국에 140여개 점포를 운영하던 기업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업황 부진에 경영난이 가중되며 현재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홈플러스가 파산 수순을 밟을 경우 직·간접 고용 직원과 입점 업체 점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 전단채 투자자 등 다양한 이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가 직접 고용한 인원은 지난달 말 기준 1만2000명가량이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이 아직 받지 못한 대금 규모는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