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37조 넘고, 마통 소진율 역대 최고
빚투 지표, 코로나 때 정점 이미 넘어서
한은 “주가 상승, 레버리지 투자 영향 있어”
“손실 눈덩이 될라” 반대매매 우려도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른바 '빚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마통)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심상치 않은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빚투' 자금의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한국은행도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1648억원으로, 전달 말(108조6704억원)에 비해 약 4944억원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증가분의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마통 잔액만 놓고 보면 전달 말 43조2812억원에서 이달 2일 43조7742억원으로 4930억원 넘게 뛰었는데, 이는 하루 평균 2500억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반면 일반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65조3892억원에서 65조3907억원으로 1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대조를 이뤘다.
마통 한도 대비 실제 사용액을 뜻하는 소진율 역시 평균 44.8%에서 45.2%로 0.5%포인트 올랐다. 한 시중은행은 이 수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다른 은행들도 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1년 무렵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은행들이 빚투 확산을 막기 위해 일반 신용대출과 신규 마통 개설을 제한하자, 오히려 이미 열어둔 마통 계좌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를 통한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이달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7187억원으로, 불과 이틀 사이에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 잔고는 지난 5월 29일 처음으로 38조원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38조6328억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흐름을 별도의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잔액 비율을 '고위험 투자' 지표로 삼아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 변화를 살피는 방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이 비율은 0.80%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10월의 종전 최고치 0.76%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0.8~0.9%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이 비율이 오른다는 것은 대출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고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늘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한은은,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개선 등 탄탄한 기초체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신용융자를 비롯한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는 현재 주가 수준이 기업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을 넘어 과열, 즉 오버슈팅 국면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해석으로도 읽힌다.
다만 한은은 주가가 순이익 대비 몇 배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작년 말 10.0배에서 지난달 23일 8.0배로 낮아졌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며, 아직은 주가 상승 속도가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이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개인 투자자의 손실 확대 가능성이다. 빚투와 레버리지 ETF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만약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는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 역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특히 반대매매나 펀드 환매가 늘어나면 주가 변동성이 한층 증폭되고, 이것이 또 다른 투자자들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시장에서는 금융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빚투를 제어할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해, 거래 쏠림 현상과 레버리지 축적이 금융불안 요인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