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IP’에 웃고 ‘블록체인’에 울었다
AI로 혁신 예고…업계 “규제환경 정비해야”
위메이드 창업주 박관호 의장이 보유 지분 전부를 9200억원에 중국계 자본에 넘기면서 국내 1세대 게임사 위메이드가 상징적 전환점을 맞았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엑시트(투자 회수)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게임 지식재산권(IP) 분쟁,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맞닥뜨린 게임업계의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대형 딜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총 3회차에 걸쳐 이번 딜이 게임업계에 던진 메시지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의 위메이드커넥트 '노아' 부스 모습. 사진=위메이드맥스
최근 위메이드 매각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지식재산권(IP)과 블록체인, 인공지능(AI)으로 귀결된다. 이는 게임업계가 한결같이 열광하는 키워드이자 위메이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 위메이드, IP로 웃고 블록체인으로 울었다
위메이드에게 '미르(MIR) IP'가 가진 가치는 상당하다. 위메이드의 올해 1분기 게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 감소한 1152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미르 IP'를 통한 라이선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6배 늘어난 305억원이었다. 사실상 게임 사업의 부진을 '미르 IP'로 보완한 셈이다.
이번 위메이드 매각가를 결정지은 핵심도 결국 '미르 IP'였다. 박관호 의장의 지분을 9200억원에 사들인 네오펄스는 “'미르 IP'의 중국 내 지속적인 수익 창출력과 가치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IP가 위메이드의 빛나는 성과를 상징하는 키워드라면 블록체인은 그 반대였다. 장현국 전 대표가 위메이드를 이끌 당시만 해도 회사의 블록체인 사업은 미르 IP를 잇는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지난해 해킹 사고의 여파로 상장 폐지되며 관련 사업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박 의장은 지난해 초 신년사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통한 사업 확장 의지를 내비쳤으나,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번 딜 이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의장 개인 차원으로도 위믹스(WEMIX)로 인한 손실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장은 지난 2021년부터 사재 600억원을 들여 위믹스를 매수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해 3월 기준 약 5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이 위메이드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 개인의 유동성 리스크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날개 꺾인 블록체인 사업…AI로 혁신 나설 듯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은 최대 주주가 바뀐 이후에도 공격적인 확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가상자산의 거래 및 발행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미르 IP'로 만든 작품 '미르4',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도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출시되지 못했다.
다만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는 보다 과감해질 수 있다. 위메이드와 네오펄스는 AI가 게임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향후 위메이드는 게임 개발과 차세대 그래픽, 디지털 휴먼, 라이브 서비스 전반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콘텐츠 품질과 이용자 경험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인 개발 공정을 효율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중장기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창업주가 30여년간 일궈 온 회사를 해외 자본에 넘길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환경이 안타깝다"라며 “게임 IP도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하에, 국내 규제 환경과 경제적 지원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본은 한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는데 한국 게임은 중국의 판호(중국 정부의 게임 서비스 허가번호)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하면 위메이드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지 또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