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 조성 방침
공항 인근 송정역 지역 단지 중심으로 집갑 상승 기대감 확산
송정·도산·신촌동 일대 아파트 매물 회수·호가 상향 움직임
중개업계 “문의는 늘었지만 외지인 투자수요는 아직 제한적”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인근 SK뷰 아파트 전경.정부의 광주 군공항 부지 반도체 산단 조성 방침 이후 이 단지를 중심을 광주송정역과 군공항 인근 주거지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광주 군공항에 반도체 공장 짓겠다고 발표 나고 나서 인근 아파트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빼갔어요. 기대심리는 분명하지만 실제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붙은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활용해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광주송정역과 군공항 인근 부동산 시장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공항과 인접한 서구 상무지구와 송정동·도산동·신촌동 등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광산구 송정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반도체 산단 발표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광주송정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 이후 관심은 확실히 있다"며 “일부 매물은 회수됐고, 부득이하게 팔아야 하는 사람들의 매물만 남아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금방 크게 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보다 조금 올려서 보겠다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가 상승 폭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호가가 더 붙었다고 보면 된다"며 “오랫동안 거래가 부진했던 시장에서 이번 발표가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동네에서 15년째 중개업을 하고 있는데, 호재 발표 전 올 상반기 거래됐던 가격이 사실상 바닥이었다고 봤다"며 “지금은 바닥에서 발목 정도 올라온 단계로 본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에 금호쌍용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광주 군공항 부지 반도체 산단 조성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 회수와 호가 변화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군공항 주변 주거지는 그동안 공항 소음과 개발 불확실성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산단 조성 기대감이 붙으면서 송정동과 도산동, 신촌동 일대 아파트와 노후 주거지까지 재평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공항 주변이라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집값을 올린 사람도 있고, 아예 안 팔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축급 또는 비교적 연식이 낮은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회수 움직임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중개업계에 따르면 송정역 인근 신축급 단지와 공항 인근 주거지 일부에서는 기존에 매물로 나왔던 집들이 철회되거나 가격 조정을 검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건너편 SK뷰 쪽 매물은 일부 집주인들이 빼는 분위기"라며 “아무래도 구축보다는 신규 단지 쪽으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매수세가 곧바로 따라붙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투자자 문의가 온 것은 아직 없다"며 “기존 주민이나 인근 실수요자들이 '앞으로 오르지 않겠느냐'며 묻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1년 넘게 안 팔리던 악성 매물도 많았는데, 분위기가 좋을 때 팔겠다는 사람과 조금 더 보겠다는 사람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매물 회수·호가 상향 움직임…“관심은 늘었지만 매수세는 아직"
시장에서는 군공항 이전과 산단 조성 일정이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산단이 들어서려면 먼저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가 풀려야 한다. 이전 대상지 선정과 주민 수용성 확보, 군 시설 이전, 미군 관련 시설 정리, 토지 정화, 기반시설 조성, 공장 건설, 설비 반입까지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군공항 이전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한 주민은 “군공항 이전과 토지 정화, 공장 건설까지 감안하면 실제 가동 시점은 한참 뒤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도체 호재가 당장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릴 재료라기보다 장기 개발 구상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산단 조성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단은 부지만 있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며 “전력·용수·폐수처리·송전망·협력사 생태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공항 이전과 토지 정화 절차까지 고려하면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광주 서구 상무신도심 금호쌍용아파트 전경. 광주 군공항 부지 반도체 산단 조성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상무지구와 광주송정역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의 매물·호가 움직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도 현재의 매물 회수와 호가 상승을 실제 수요 유입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 토양 정화, 기반시설 조성, 기업 입주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실수요 유입보다는 기대심리가 먼저 반영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군공항 이전·인프라 구축 변수…“단기 호재보다 장기 개발 구상"
실제 광주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거래 부진과 공급 부담을 동시에 겪어왔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광주에 공원 아파트 등 새 아파트 공급이 많고 미분양이나 임대 전환 물량도 적지 않다"며 “반도체 호재가 있더라도 기존 공급 물량이 소화돼야 본격적인 상승세를 말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매도자들이 먼저 기대감을 반영하는 단계"라며 “매수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실거주자 입장에서도 기대와 부담은 교차한다. 광산구 주민 A씨는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을 수 있다면 반도체 산단은 분명한 호재"라면서도 “아직 군공항 이전과 기반시설 조성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집값만 먼저 오르면 정작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단 조성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기업이 언제 들어오고, 교통·주거·생활 인프라가 어떻게 바뀌는지"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장 분위기는 기대와 관망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매도자들은 반도체 산단 발표를 계기로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아직 조심스럽다. 광주송정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산단이 조성되고 인구가 들어오면 꾸준히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있다"면서도 “아직은 분위기가 먼저 움직이는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