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브랜드 원하지만 분담금 부담도 커…‘1000만원’ 심리적 마지노선 형성
첫 사업장 공사비가 후속 단지 기준될 수도…건설사도 ‘30조 시장’ 선점 경쟁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6단지 앞에 위치해 있는 재건축조합 사무소 전경. 길나현 인턴기자
“아크로 같은 브랜드가 들어오는 건 좋죠. 그런데 공사비가 평당 1000만 원을 넘으면 결국 조합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잖아요"
최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단지 내 공원에서 만난 한 소유주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분담금을 걱정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는 마음과 추가 부담을 우려하는 현실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목동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6단지는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 10단지와 13단지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면서 목동은 노량진, 여의도와 함께 서울 재건축 시장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린 숫자는 '49층'도, '35억 원'도 아니었다. 주민과 공인중개사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숫자는 '1000만 원'이었다.
“브랜드는 원하지만 공사비는 어느 정도 선 넘지 말아야"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단지 전경. 길나현 인턴기자
양천구청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재건축 상담을 받으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어느 건설사가 들어오는지보다 공사비를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며 "6단지가 평당 약 950만 원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했고, 10단지도 평당 990만 원 수준이 거론되면서 '1000만 원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하이엔드 브랜드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권처럼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 단지가 들어서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공사비가 높아질수록 추가 분담금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공원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좋은 브랜드가 들어와 집값이 오르는 건 환영하지만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분담금이 더 현실적인 문제“라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사비 '평당 1000만원' 심리적 저항선
'평당 1000만 원'은 법이나 제도로 정해진 기준이 아니다. 다만 부동산 업계는 목동 재건축의 특성상 첫 사업장의 공사비가 향후 다른 단지의 협상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기준선이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목동은 14개 단지가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첫 사업장의 공사비가 크게 오를 경우 이후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같은 수준의 공사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양천구 역시 사업 전반의 속도와 조합원 부담 등을 고려해 과도한 공사비 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조를 보인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었고, 조합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최근 서울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목동 역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공사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사도 '랜드마크'보다 먼저 따지는 건 사업성
▲DL이앤씨가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재건축 단지명으로 제시한 '아크로 목동 리젠시' 홍보물 내 커뮤니티 시설 모습. 길나현 인턴기자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금융 지원 조건을 앞세워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목동 6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고 한강, 안양천 조망 특화 설계, 공사비 물가 상승분 일부 부담, 이주비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약 30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목동 재건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첫 사업지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이후 10단지와 13단지, 14단지 등 후속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용 84㎡ 기준 신축 단지인 목동 윤슬자이 시세가 약 32억 원 수준이며, 재건축이 완료되면 목동 6단지는 35억~40억 원 수준까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집값보다 더 자주 언급된 것은 분담금이었다. 목동 주민들은 강남권 못지않은 하이엔드 단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사비 상승을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목동 재건축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10단지와 13단지, 14단지까지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화려한 브랜드 경쟁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주민들이 말한 '평당 1000만 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