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농식품부 장관인가, 물가안정부 장관인가

송민규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2 19:00
산업부 송민규 기자

▲송민규 유통중기부 기자

수출 실적을 자랑하던 한 정부 부처가, 며칠 뒤엔 그 수출 주역들을 불러 앉혔다. 지난해 K-푸드 수출은 136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고 그 선봉엔 라면과 소스류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성과를 앞세워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그런데 수출 신화의 주역인 식품기업 임원들은 얼마 뒤 농식품부가 주관한 물가안정 간담회 테이블에 불려 나갔다.


농식품부의 주된 역할은 '진흥'이다. 정부조직법 제40조는 이 부처의 소관 사무로 '식품산업진흥'을 못 박아 뒀다. 법이 키우라고 명령한 산업을, 정작 부처는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해 매를 든다.


모순은 농식품부 내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라면 수출을 늘리려 수출바우처를 360억원으로 확대하고, 해외 공동물류센터와 온라인 한국식품관도 넓히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바로 그 라면값을 내리라고 압박한다. 한 손으론 수출 상을 쥐여 주고, 다른 손으론 물가 주범 딱지를 붙인다.



글로벌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설비, 해외시장 개척 투자에서 나온다. 판매가를 눌러 마진을 쥐어짜면 이 재원부터 마른다. 더구나 지금 식품기업은 여러 대외 악재가 겹쳐 원가 압박이 어느 때보다 심한 상황이다. 정작 그 무거운 원가는 손대지 못한 채 만만한 완제품값만 조이는 일은 K-푸드 육성의 토대를 스스로 허무는 자기부정이다. 수출로 번 돈을 국내에서 도로 깎아 내는 셈이니, 육성과 규제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다.


압박의 형식은 늘 '자발적 협조 요청'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협조를 청하는 자리 한켠에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고는 이게(국세청 직원과 공정위 직원이 동석하는게) 무슨 의미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세무조사와 담합 조사라는 칼을 테이블에 올려둔 채 협조를 청하는 꼴이다.


소비자 물가 부담을 더는 일은 분명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맹목적 가격 통제는 단기 진통제일 뿐, 당장의 원가 맞추기에 쫓기면 신제품 연구개발과 해외 개척 여력마저 쪼그라든다. 해법은 완제품값 누르기가 아니다. 환리스크를 막을 금융 지원, 산업용 에너지와 물류비 부담 완화 같은 실질적 원가 대책이 선행돼야 기업의 자발적 동참도 설득력을 얻는다. 때리기와 키우기가 공존할 접점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흥 부처가 할 일이다. 과연 송미령 장관은 농식품부 장관인가 물가안정부 장관인가.



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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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민규 기자 입니다. 유통중기부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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