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액공제 덕에 ‘흑자 전환’…유럽 점유율 하락
“지원 없이 버틸까”…진짜 경쟁력은 ‘포스트 IRA’
▲SNE 리서치가 2026년 6월 발표한 업체별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 출처=SNE리서치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에서는 세액공제 효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반면, 유럽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 별 성적표가 엇갈린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시행했다. 이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세제 혜택을 업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IRA에 포함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비롯한 각종 지원책이 도입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현지 공장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냈다.
특히 최근 전기차(EV)에 대한 일시적 수요 정체로 EV 배터리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LG 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 등 북미 생산거점을 보유한 기업들은 정책 수혜를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에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고율 관세와 공급망 규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반사 이익을 누렸다. 작년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률(OBBBA)' 시행 이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중국산 원료 제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한국산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정책 효과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일 발표된 LG 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으로, ESS 배터리 사업을 수주하며 실적을 방어했다. 하지만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2410억 원을 제외하면 12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2025년 4분기 LG 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중 AMPC 보조금은 3328억 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손실은 4548억 원이었다. 분기별 영업이익 상당 부분이 AMPC에서 발생하면서 미 정부의 정책 지원이 수익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SDI도 최근 미국 시장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가동 중인 데 이어 GM과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북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공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과 추진한 북미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북미 시장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으면서 실적과 투자 전략 역시 미국 정책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미국 밖 시장이다. 실제로 북미와 유럽의 성적표는 상반된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부품 요건 강화 등 규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현지 공장 설립과 OEM 위탁 생산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규제가 중국업체 진입을 막기보다 현지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 부담도 크다. 미국에서의 실적이 정책 효과에 기댄 측면이 큰 만큼,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 제한적인 유럽 시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제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2023년 55%였던 유럽 시장내 한국 EV 배터리 점유율은 2025년 35%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EV 배터리 점유율은 42%에서 61%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의 중저가 EV 선호도가 상승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 배터리가 2년만에 역전을 이뤄냈다.
글로벌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점유율은 2020년 53%에서 시작해 작년에는 36.7%까지 떨어지며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은 2020년 7.8%에서 2025년 49.9%을 기록하며 매년 고점을 갱신했다.
결국 업계의 시선은 '포스트 IRA'로 향하고 있다. 북미 시장 성과가 정책 효과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만큼, 보조금 없이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진짜 경쟁력을 가를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 AMPC 지원 규모가 생각보다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미국 지원 없이 살아남는 건 만만치 않다"면서 “앞으로도 미국은 정권이 교체되어도 중국을 견제해야하기 때문에 IRA의 큰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과 중국은 배터리계의 은메달리스트와 금메달리스트인데, 한국이 사라지면 금메달인 중국이 모든 독점하게 돼 전세계가 문제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량 안보 차원에서 우리 쌀과 먹거리를 지키는 것처럼, 배터리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