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의 ‘족보 밖’ 대통령 흔들기…‘20년 전 노무현’ 보인다

이상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3 14:52

내부 견제 나타나며 정통성 경쟁 수면 위
비주류 이재명 향한 운동권의 주류 의식
참여정부 데자뷔 경계, 국정 동력 상실 우려

이재명과 정청래

▲2007년 10월 정동영 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부대변인과 정청래 의원. 사진=정청래 페이스북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진보 진영 특유의 '정통성 경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의 '노무현 흔들기'를 떠올리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노선과 리더십을 견제하는 모습이 과거와 닮았다는 것이다.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최악의 자기 정치는 선거 때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거나 남의 당 후보를 돕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민석 전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후단협 사태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 반노(반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이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집단 탈당한 사건을 말한다. 김 전 총리는 당시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앞서 유시민 작가는 지난달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증축'을 원했는데 정작 이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 한다고 비유했다. 유 작가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별칭에 포함되는 친문계 인사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개혁 진영은 뚜렷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한 끝에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동영·천정배 등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이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끝내 대통령 탈당과 신당 창당을 겪었다.


이재명 대통령, 몽골 동포간담회 인사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타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당시 갈등의 배경으로 운동권 내부의 '정통성 의식'을 거론한다.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의 계보를 중시하는 일부 세력에게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성장은 함께했지만 출발점은 달랐던 인물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공유하면서도 기존 운동권 주류와는 다른 경로를 걸어온 만큼, 완전한 '우리 편'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 이 대통령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기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 중심의 이른바 386 운동권 계보와는 거리가 있다. 시민운동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거치며 독자적인 정치 기반을 구축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여전히 '친노·친문 적통'과는 결이 다른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책과 노선의 차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특히 친노·친문 일부 인사들이 연일 이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정치적 차별화를 넘어 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 균열이 정권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역시 야당보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더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국정 동력 약화와 조기 레임덕의 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본지에 “항상 여당에서 은연중에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자는 기본적으로 전임자를 밟고 간다"며 “전임자하고 동일한 노선을 하다가 전임자가 국정에 실패하면 같이 무너지니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전통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진보 진영이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 성과를 만드는 경쟁보다 '누가 진짜 적통인가'를 둘러싼 내부 경쟁이 앞설 경우, 노무현 정부 말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권 내부의 결속이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의 '족보 정치' 논란이 국정 운영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상무 기자 입니다. 정치경제부 rokmc@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