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만든 부(富)는 누구 몫인가…노동계 “법인세 35%” vs 경영계 “규제 완화부터”

김하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4 17:55

14일 고용노동부 토론회,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두고 노동계·경영계 정면충돌
노동계 “법인세 최고세율 35% 신설” “초과이윤 특별세로 소부장·청년 지원”
경영계 “초과 이윤 프레임, 대기업 발목 잡는 꼴” “근로시간 규제부터 풀어야”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14일 용산 피스앤파크 컨벤션센터에서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사진은 정홍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사진=신은서 인턴기자

AI 대전환이 반도체 대기업에 안겨준 천문학적 이익을 둘러싸고 “국가가 세제로 더 걷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규제 완화로 기업의 혁신 동력부터 살려야 한다"는 경영계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AI가 만들어낸 부(富)를 누가,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양측은 재원 마련 방식부터 접근 순서까지 엇갈린 답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 피스앤파크 로얄홀에서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열었다. 김영훈 장관이 개회사를 맡았고,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 교수)이 좌장을 맡아 3시간 20분 동안 발제와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AI강국위원회 간사),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윤동열 건국대 교수가 발제했고,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경총·한국경제인협회 등 노사단체 4명과 윤홍식 인하대 교수 등 전문가 5명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전년 대비 1810% 증가)을 발표한 직후 열려 관심이 집중됐다.



노동계 “법인세 최고세율 35% 신설해야"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14일 용산 피스앤파크 컨벤션센터에서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사진은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위 위원장이 토론하는 모습. 사진=신은서 인턴기자

노동계는 초과이익 환수의 핵심 수단으로 법인세 개편을 꼽았다.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위 위원장은 “현재 법인세는 과세표준 3000억 원을 넘어가면 초과 이윤의 규모와 관계없이 누구나 25%의 동일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다"며 “한국노총의 제안처럼 과세표준 최상위 구간에 '법인세 최고세율 35%'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거둔 초과 이윤은 공공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는 “올해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수백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과세표준 3000억 원을 넘어가면 동일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현행 법인세 구조가 초과 이윤에 대한 사회적 환원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다층적 누진세 체계를 갖춘 근로소득세와 달리, 법인세는 이 부분에서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걷힌 초과 세수를 “AI 직무역량 교육, 평생학습 체계 구축, 전직 지원, 고용안전망 강화 등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는 아예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가 450조~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K-칩스법에 따른 세액공제로 삼성전자만 최근 3년간 21조 6482억 원의 법인세를 감면받았다"며 “영업이익률이 25%를 넘으면 영업이익의 5%를, 30%를 넘으면 10%를 산업 생태계 기금으로 강제 출연하도록 하는 '반도체 초호황기 상생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기존 세액공제 조항은 그대로 두고 법인세도 전액 납부한 뒤 별도로 기금을 출연하게 하는 방식이어서 증세가 아니라 세금 보조금 수혜의 사회적 환원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기금은 소부장 협력업체 기술 강화, 반도체 인재 양성, 협력업체 노동자 복지 등에 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수십조원을 기금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면 올해 개정 상법상 주주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며 “법률에 의해 강제된 지출이라야 이런 소송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 “초과이윤 아닌 근로시간 규제부터 풀어야"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14일 용산 피스앤파크 컨벤션센터에서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사진은 황용연 한국경총 이사가 토론하는 모습. 사진=신은서 인턴기자

경영계는 초과이익 환수 논의 자체에 반대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윤을 축적해둬야 수십조 원대 적자가 나는 불황기에도 설비투자를 멈추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2~2023년 불황기에도 R&D 투자를 24조 900억 원에서 28조 3000억 원으로, 설비투자를 49조 4000억원에서 57조 6000억원으로 늘렸던 사례를 들며 “이 이윤을 '초과'라는 명분으로 나누거나 묶어버리면 기업의 장기 생존 체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D램 점유율이 8%대까지 빠르게 오른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30%대로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초과이윤' 프레임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어떤 파괴적 영향을 미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총 이사는 특별목적세나 법인세 최고세율 신설 논의에 대해 직접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초과이익을 노동자 임금으로 배분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라 경영성과의 사후적 배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는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권에 기반한 자율적 판단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보다 시급한 과제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국내 이공계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이 최근 10년간 석·박사급만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메타는 상위 20% 고성과자에게 기준 보너스의 200%를, 엔비디아는 직원 1인당 평균 2억 20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하는 등 철저한 차등 보상 체계를 운용하는데, 한국은 연공서열형 보상체계와 '주 52시간제' 같은 경직적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개발이나 고숙련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 현행 제도를 유연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연대임금이냐 사회연대투자냐"…배분 논쟁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

▲14일 용산 피스앤파크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AI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은서 인턴기자

전문가 토론에서는 재원 마련 방식을 넘어 배분의 철학 자체를 둘러싼 이견도 드러났다. 발제자인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대기업의 성과공유 대상 이익을 단순분배하는 '사회연대임금'은 직관적인 해법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억제한다고 해서 그 재원이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으로 자동 연결되는 구조는 없다. 오히려 주주 배당이나 기업 내 유보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를 나누는 연대'가 아니라 원하청 공동혁신, 미래세대 인재양성 등에 투자하는 '성과를 함께 만드는 연대', 즉 '사회연대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삼성전자 성과급 논의가 공론화되는 과정 자체는 한국 사회가 분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도 “지난 30~60년간 이어져 온 대기업·제조업 중심, 수출 의존형 성장·분배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AI 기술이 얹어지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격차는 이전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AI 산업정책에 좋은 일자리 조건을 결합하고, 직업훈련을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적 권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성민 경기대 교수는 재원의 배분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전환의 이익이 일부 대기업에서 끝난다면 기술혁신일 수는 있어도 사회혁신은 아니다"라며 “원청에서 협력업체로, 재직자에서 청년·고령층·취약노동자로 이익이 확산될 때 비로소 AI 전환이 사회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논의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거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책을 확정하기 전 공개 토론과 의견 수렴을 위해 발간하는 독일식 공문서인 '녹서(Green Paper)'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미래 정책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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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하나 기자 입니다. 산업부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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