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낮은 틈타 조직적 유입, 당심 흔드는 허점
당비만 내면 권리 확보…검증 장치는 사실상 부재
여야 자체 개선 제자리에 선관위 시스템 개혁 요구
▲현행법상 이중당적은 범죄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정당 차원에서 이를 사전 검증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진=챗gpt 생성
여야를 막론하고 '이중당적'을 통한 여론 왜곡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원 권한을 키우는 '당원 주권주의'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소수의 이중당적자나 특정 조직에 의해 전당대회, 경선 같은 당내 선거가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당법에는 누구든지 2개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은 정치 성향이 비슷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또는 국민의힘·자유통일당·개혁신당에 중복 당적을 두는 이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여야를 넘나들며 4개 정당에 가입한 사례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각 당의 당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당적자들이 당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통상 전당대회, 경선 등 주요 당내 선거 투표율은 30~40%대에 머문다. 전체 유권자 대비 권리당원(책임당원) 수가 적은 상황에서 최소 가입비인 월 1000원을 일정 기간(민주당 6개월, 국민의힘 3개월) 납부하면 투표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전체 권리당원은 약 110만~158만명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장동혁 대표 당선 뒤 6개월 만에 20여만 명이 늘어나 110만명 수준이다. 이들은 '이중당적'을 보유할 정도로 정치 관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당락이 쉽게 뒤바뀔 수도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등에 관여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신천지'다. 앞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강요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검경은 이 회장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 2024년 총선 등을 앞두고 입당을 강요한 교인 수가 5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중당적자들이 많을텐데 당원 명부를 전수조사하려 드는 순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탄압이자 검열'이라는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며 “지도부 역시 외연 확장의 성과에만 매몰돼 부작용을 쉬쉬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평소 당원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선거철마다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유입돼 표심을 휘둘러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법 당적을 솎아내기 시작하면 당장 의원들 본인의 지역구 표밭인 '유령 당원'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니 정치인들이 제 발등을 찍는 개선책에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당비만으로 투표권을 얻은 소수의 이중당적자나 특정 조직이 당내 선거 결과를 손쉽게 왜곡 가능해졌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당원 주권주의'가 형해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리당원에게 막강한 권한(투표권)을 부여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의무는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비를 납부하는 '주주'나 '구독자' 개념을 넘어, 지역위원회 의무 출석이나 당원 교육 이수 등 실질적인 활동을 권리당원의 자격 요건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벽을 무작정 낮추기보다는 검증된 진성 당원을 육성해 여론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은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이중당적을 청산해야 한다. 신천지의 선거 개입을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양향자 최고위원이 “선관위에 이중당적 자동검증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해 정당이 신규 입당을 승인하거나 책임당원 권리를 부여할 때 중앙선관위 시스템에 중복 여부를 확인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머지 기득권 정치인들은 제도 개선에 미온적이다.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주요 당론 결정 과정에서는 당원 의사를 묻지 않는 등 당원을 필요할 때만 동원하는 '선택적 주권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원 명단은 공천 심사 등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각 정당이 이를 교차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심의 시스템 개편이 꼽힌다. 당원 가입 단계부터 온라인으로 이중당적자를 즉각 걸러낼 수 있는 통합 연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양당 모두 7대3, 8대2 정도로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졌는데 특정 성향의 당원들이 똘똘 뭉치게 되면 당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양당 중 한 후보가 대선이든 총선이든 주로 당선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데 당심에 따라 후보가 바뀌어 민심과 괴리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여론조사 100%로 뽑을 게 아니라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특정 종교세력이나 이중당적으로 불순한 의도로 당에 침투해 있는 상당수의 세력이 있다면 한꺼번에 정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우리 정치 앞날을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