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파소음 풍력 터빈 등에서 발생
16㎐ 아래선 ‘전기신호’로 감지 가능성
일반 소음 적을수록 저주파 피해 늘어나
개인별 차이…평균치 기준 관리 한계
▲홍콩 라마섬에 있는 홍콩 유일의 상업용 풍력 터빈. 800킬로와트급 이 터빈은 20년간의 가동을 마치고 지난 5월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AFP/연합뉴스)
풍력발전소 주변에서 반복되는 민원 가운데 하나가 소음이다. 어떤 주민은 “밤새 웅웅거려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하지만 바로 옆 사람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예민함의 차이일까. 최근 사람의 귀가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생리적 방식에 개인차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가 나왔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신경의학·운동과학과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이어 인스티튜트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초저주파 감지 메커니즘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16㎐(헤르츠) 이하의 초저주파도 충분히 강하면 사람이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일반적으로 20Hz~2만Hz(20kHz)다.
◇'안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다르게 듣는 소리'
저주파와 초저주파는 풍력 터빈뿐 아니라 대형 팬과 공조·환기 설비, 압축기, 펌프, 엔진, 발전기 등에서 발생한다. 강풍과 천둥, 파도도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만든다.
풍력 터빈에서는 날개와 공기의 상호작용으로 공기역학적 소음이 발생한다. 지난 2011년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KTH) 연구팀은 '환경 연구 회보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형 풍력 터빈이 소형 터빈보다 저주파 소음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초저주파가 일반적인 소리와 다른 방식으로 인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소리는 달팽이관의 내유모세포(內有毛細胞, Inner Hair Cell·IHC, 털이 있는 안쪽의 세포)가 기계적 진동을 신경신호로 변환해 인지된다.
반면 16㎐ 아래 초저주파에서는 외유모세포(外有毛細胞, Outer Hair Cell·OHC, 털이 있는 바깥쪽의 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적 전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제시했다. 외유모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적 전위가 청신경을 흥분시키는 별도의 경로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유모세포가 진동을 감지해서 전기 신호를 만들면, 이 전기 신호가 내유모세포를 자극해 청신경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이번 논문의 가설이다.
◇조금만 커져도 갑자기 크게 느껴져
이 메커니즘은 초저주파의 독특한 불쾌감을 설명하는 단서다.
연구진에 따르면 8㎐ 소리는 음압이 20㏈ 미만 증가해도 주관적인 음량이 64배 커질 수 있다. 64㎐ 소리에서 같은 정도의 음량 증가를 느끼려면 약 40㏈의 음압 증가가 필요하다.
음압(Sound pressure)은 공기 중에 전달되는 소리가 대기압을 기준으로 얼마나 압력을 변화시키는지를 나타내는 물리량을 말한다. 음량(Loudness)은 사람이 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로, 같은 음압이라도 주파수와 개인의 청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음압은 소리가 공기를 흔드는 물리적인 세기이고, 음량은 사람이 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다.
초저주파는 감지 역치를 넘는 순간 외유모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신호가 여러 청신경 섬유를 동시에 활성화하기 때문에, 음압은 조금만 증가해도 사람은 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역치(Threshold)는 사람이 소리를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 수준을 말하는데, 청각에서는 청각 역치(hearing threshold) 또는 감지 역치(detection threshold)라고 한다.
한편, 12㎐ 이하에서는 연속적인 음보다 개별 진동이 분리된 듯한 감각이 나타날 수 있다. 저주파 소음을 “웅웅거린다"거나 “덜컹거린다"고 표현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개인에 따라 풍력 터빈 등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 소음에 민감한 정도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자료=챗GPT 이미지)
◇왜 어떤 사람만 괴로운가
연구팀은 500㎐ 소리를 함께 들려줬을 때 4~16㎐ 초저주파의 감지 역치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 소음이 함께 있을 때 초저주파를 들으려면 초저주파의 음압이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고주파 소리가 달팽이관 내부의 초저주파 관련 전기적 반응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억제 효과의 생리적 효율이 사람마다 다르다면 일부 사람만 초저주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를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풍력 소음 민원을 단순히 '예민한 주민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초저주파가 특정 질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 부족하다.
2021년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원(RIVM) 연구진 등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풍력 터빈 소음의 가장 일관된 영향으로 소음 불쾌감과 자가보고 수면 방해가 제시됐다.
◇평균 데시벨만 재서는 부족
이번 연구는 다양한 주파수의 배경 소음이 적은 조용한 환경에서는 풍력 터빈의 초저주파가 상대적으로 더 잘 인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도 50㎐ 이상의 주파수 성분이 부족한 환경에서의 저주파 소음이 다양한 소음이 존재하는 지역보다 더 큰 불쾌감과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민원은 지형과 풍속, 터빈의 운전 조건, 심리적 요인 등도 함께 영향을 미치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대책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전체 평균 데시벨뿐 아니라 주파수별 소음 스펙트럼과 저주파·초저주파 성분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지 단계에서도 주거지와의 거리만 따질 게 아니라 지형과 바람 방향, 야간 배경소음, 주택 내부의 주파수 특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블레이드 형상과 구조 개선, 운전 조건 조절 등 풍력 터빈 소음 저감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