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고점 대비 30% 급락
도마 위에 오른 ‘레버리지 ETF’
李정부 대표 성과 ‘증시 부활’ 흔들
‘中 AI 쇼크’에 반도체株 추가 하락 가능성
李 지지율 5주째 40%대 횡보
당국 규제에 다시 해외 이탈 지적도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1일 대선 후보 당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증시 부양을 약속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이후 코스피는 5000선을 넘어선 것은 물론 지난달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9000피(코스피 9000) 시대'를 열었다. 증시 부활은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성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코스피 9000 시대가 열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한국 자본시장에 새 역사를 썼다"며 “주식시장 정상화를 향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우리 기업의 노력이 시장 신뢰를 높인 결과"라고 부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가 고점 대비 30% 가까이 급락한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까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한때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성과로 주목받았던 코스피 불장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전·닉스에 거래대금 쏠려…변동성 '부메랑'
20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혁신 상품이 이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로 돌아오 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각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수를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현물이나 선물을 추가 매수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도해야 한다. 상승장에서는 상승폭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더욱 확대하는 구조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시장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해당 ETF와 이들이 추종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올 초 이후 코스피 지수 추이.
이 같은 구조는 최근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코스피는 6월 이후 종가 기준 4% 이상 등락한 날이 ▲6월 5일(-5.54%) ▲8일(-8.29%) ▲9일(8.18%) ▲10일(-4.52%) ▲12일(4.63%) ▲15일(5.20%) ▲23일(-9.99%) ▲25일(5.24%) ▲26일(-5.81%) ▲7월 2일(-7.89%) ▲3일(5.76%) ▲7일(-4.91%) ▲8일(5.35%) ▲13일(-8.95%) ▲15일(6.24%) ▲16일(-6.37%) 등 모두 16거래일에 달했다.
이날에도 코스피는 오전 장중 6498.26까지 밀리며 4.73% 급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장중 역대 최고점인 9385.59(6월 19일)와 비교하면 30.7% 하락한 수치다.
블룸버그는 최근 코스피 흐름을 두고 “이 대통령이 내세워온 정치적 브랜드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 개혁과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앞세워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 증시가 지나치게 투기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 반도체株 흔들리자 레버리지 ETF 위험 부각
특히 글로벌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상장 30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주 10% 가까이 급락하며 지난달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낙폭이 20%까지 확대돼 약세장에 진입했다.
특히 중국의 AI 모델인 '키미 K3'의 성능이 클로드와 챗GPT의 최상위 모델과 비슷하다 평가가 나오자 글로벌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주의 영향력이 높은 국내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다.
롬바드 오디에의 이호민 선임 거시경제 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대한 진짜 위협은 중국에서 올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중국 AI와 반도체 생태계에 이동하는 '내러티브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자 금융당국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는 3만5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중단하고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투자자 의무교육도 강화했다.
당국은 이러한 조치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증시 부활'이 정치적 부담으로…지지율도 하락세
▲7월 3주차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요약. 자료=리얼미터.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로 이 대통령의 대표적 성과인 '증시 부활'마저 빛이 바랠 위험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지난 4월 67%에서 최근 52%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 4월 3주 차 65.5%(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뒤 최근 5주 연속 40%대에 머물고 있다.
이날 공개된 7월 3주 차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0.5%포인트 내린 48.4%(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로 집계됐다.
다만 이 대통령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직접 승인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현재까지 대중의 비판 역시 상당 부분 금융당국과 정부를 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성아 대통령실 해외언론비서관은 블룸버그에 “정부는 특정 주가지수 수준이나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규제해도 3~4주 '공백'…“개미 자금 해외로 빠질 수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 대책. 과제별 필요조치 사항 및 추진 일정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당국의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에도 시장이 안정화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예탁금 상향 조치가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상품 투자 수요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규제가 실제 시행되기까지 3~4주의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당장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해외로 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개리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의 AI에 대한 낙관론이 계속 강하게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시장에서 유사한 한국 관련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AI 산업에 대한 야심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개인투자자 주도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피하는 것이 이 대통령의 과제"라며 “투자심리가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