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왜이래] “이러다 다 죽어” 여름 보양식 ‘장어’ 가격 폭락의 역설

여헌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27 18:05

치어 입식량 과다에 장어 공급 과잉…농가 “손해 보며 장사” 신음
유통가는 성수기 맞아 판매 확대 총력전…신제품 출시도 활발
급락세 지속→양식업계 줄도산→가격 급등 ‘악순환’ 우려도
“공급 제한이 글로벌 표준…입식량 쿼터제 등 제도 마련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유통팀이 '왜이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물가가 요동치고, 기업 실적이 오르내리며, 유행이 뜨고 지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다.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기보다 그 이면의 구조와 원인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장어 무료시식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장어 무료시식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장어 시식하고 가세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앞. 양식업 자조금단체 소비촉진행사의 일환으로 민물장어 무료시식 행사가 열리자 인파가 몰렸다. 국산 장어의 풍미에 감탄한 행인들은 판매가를 듣고 또 놀랐다. 3마리(1㎏) 기준 2만5000원. 여름 대표 보양식이자 고급 음식의 대명사였던 민물장어가 돼지고기 수준 가격에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 복날 특수에도 저렴한 장어 가격유통가는 판매 확대 총력전



주요 대형마트들은 장어 관련 판촉 행사를 거의 매주 진행하고 있다.


25일 기자가 찾은 인천 롯데마트 검단점에서 국산 손질 민물장어(자포니카)는 100g당 5450원에 팔리고 있었다. 포인트 회원이 행사카드(롯데·삼성·KB국민·NH농협 등)를 사용할 경우 가격은 3488원까지 내려갔다.



선택지가 다양해진 점이 눈에 띄었다. 2~3미씩 포장된 마트 일반 제품뿐 아니라 데리야끼 양념구이 등 별도 포장된 상품들이 여럿 보였다. 국산부터 중국산, 모로코산 등 원산지도 다양했다.


같은날 방문한 경기 김포 이마트 김포한강점 분위기도 비슷했다. 포인트 적립 시 국산 민물장어를 100g당 3480원에 선보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원양산 냉동 오징어가 100g 2380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인 채 진열돼 있었다. 같은 용량 기준 국산 생새우는 3480원, 국산 생고등어는 5980원에 살 수 있다. '장어 가격이 폭락했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25일 롯데마트 검단점에서 국산 손질 민물장어가 100g당 3488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25일 롯데마트 검단점에서 국산 손질 민물장어가 100g당 3488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25일 이마트 김포한강점에서 '대물 손질민물장어'가 100당 3480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25일 이마트 김포한강점에서 '대물 손질민물장어'가 100당 3480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장어 공급가격이 낮아지며 유통가는 바빠졌다. 복날 성수기를 맞아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각종 판촉 행사 뿐 아니라 관련 신제품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중국산 장어를 활용한 '두마리 장어영양덮밥'을 24~26일 7980원에 판매했다.


슈퍼·편의점에서도 저렴한 가격의 장어 요리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CU는 장어 등을 활용한 이색 보양 간편식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GS더프레시는 '국내산 통한마리장어덮밥'을 7980원에 판매 중이다. 이마트24 역시 '장어 지라시스시 도시락'(9900원), '민물장어김밥'(6500원) 등을 최근 출시했다.



전문점 대비 절반 이하 가격에 장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외식업계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인건비·임대료 등 부담으로 판매가를 내리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일부 사업자들이 장어를 '무한리필'로 제공하는 음식점을 여는 경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장어 가격이 급락했다는 사실은 통계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수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1㎏ 기준 국산 뱀장어의 산지가격은 평균 1만9000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올해 초에는 1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가 복 성수기를 맞아 다소 오른 수치다. 3년 전인 2023년만 해도 산지 가격은 1㎏당 3만원을 넘었다.


◇ 양식 업계는 한숨만“입식량 쿼터제 등 도입 필요"


장어 가격 폭락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를 키우는 양식(양만)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뱀장어를 키우는 산업에 양만(養鰻)이라는 별도 명칭이 붙는 이유는 다른 어종과 비교해 차이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일단 산란부터 성어까지 전 과정을 인공적으로 길러내는 게 불가능하다. 장어의 성장 주기와 특징 등이 워낙 뚜렷해 바다에서 치어를 잡아다 이를 양식장에서 기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관리를 잘할 경우 폐사율은 타 어종 대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양만업자는 전용 사료를 사용하고 고도의 수질·온도를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순환여과식 장치 등 전용 기술도 적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양만업자들이 키운 장어를 식탁이나 전문 음식점 등을 통해 접하게 된다. 붕장어(아나고)나 바다에서 잡힌 갯장어·먹장어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국산 장어는 양만업을 통해 생산된다.


현재 대부분 양만 사업자들은 자포니카종 국산 장어를 원가 또는 그 이하 가격에 처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국면이 지속될 경우 △일부 양만업자가 저렴한 사료를 사용해 제품 질이 저하되거나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급락세 지속→양식업계 줄도산→가격 급등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생겨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이마트 김포한강점에서 '두마리 장어영양덮밥'이 7980원에 판매 중이다. 시중 전문음식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25일 이마트 김포한강점에서 '두마리 장어영양덮밥'이 7980원에 판매 중이다. 시중 전문음식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장어 공급 과잉 현상은 입식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뱀장어 생태와 양식 관련 연구를 다년간 해온 한 전문가는 “뱀장어 치어 거래가격이 한때 마리당 3000~6000원에 달했던 적이 있는데 작년에는 300~500원까지 폭락했다"며 “양만업자들이 갑작스럽게 입식량을 늘리면서 공식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원래 폐사율이 낮은 어종인데) 한 번에 너무 많은 뱀장어를 키우려다 양식에 실패했다는 사례도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도 지난해 갑작스럽게 뱀장어 치어가 늘어난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자포니카종 뱀장어는 필리핀 마리아나 해구 인근에서 태어나 북쪽으로 올라오는 습성이 있다. 이로 인해 대만·일본 해역에서 먼저 잡히고 한국·중국쪽에서도 치어를 확보할 수 있다. 양식장만 다를 뿐 국산이나 중국·일본산이나 같은 자포니카종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입식량 쿼터제를 엄격하게 시행하며 자국 양만업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업 역시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매년 쿼터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자국산과 외국산 품종 유통망도 철저히 구분하며 양만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 역시 입식량 쿼터제를 추진해 산업 개혁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이같은 제어 장치가 없어 공급 물량 급증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중국산 민물장어를 당일 손질한 국내산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수산물 유통업자가 검찰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지난달 전해진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그 궤를 같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장어 가격이 내렸지만 중국산은 공급 과잉이 더 심각해 판매가가 훨씬 많이 떨어졌다"며 “(같은 어종이다보니) 한국산과 중국산을 기술적으로 구분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어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입식량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일부 사업자들은 정부에 관련 의견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광어 다음으로 큰 산업이 양만업인데 뱀장어가 인위적으로 양식을 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어 일정 수준 정부가 가격 등을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보면 환경단체들이 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는 의제도 눈여겨 봐야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2012년 이를 받아들였고 극동산(자포니카) 역시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는 등 무역 장벽이 생길 여지가 보인다"며 “치어 수출입 허가 절차 등이 복잡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비공식협의체를 통해 (장어 가격 폭락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3년 뒤 입식량 쿼터제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관련 용역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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