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한때 SK하이닉스 15% 급락·‘20만전자’ 붕괴
개인 강제 반대매매 확산에 투매
골드만·CLSA “AI 안 끝났다”
▲2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가운데 코스피는 한 달 만에 40% 가까이 급락하며 사상 최대 월간 낙폭을 향해 치닫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5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6.38% 내린 5639.25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09% 오른 6089.11로 출발해 장 초반 한때 6228.52(3.40%)까지 반등했지만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뒤 급락세로 돌아서며 장중 5262.77(-12.63%)까지 밀렸다.
지수 급락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19분 12초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이어 약 13분 뒤인 낮 12시 32분 32초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발동 당시 코스닥은 전장 대비 8.05% 내린 649.00, 코스피는 8.15% 하락한 5532.33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날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1%대와 8%대 급락하며 잇따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바 있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피는 지난달 기록된 역대 최고가 대비 약 40% 떨어졌으며, 이달에만 34% 가까이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최대 15%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주주환원 정책과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은 것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배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설비투자를 40조원대 후반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삼성전자도 장중 한때 18만9200원까지 밀리며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20만전자'가 무너졌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중동 수석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40조원 후반대로 확대하면서도 주주환원 정책과 장기 계약의 가격 조건에 대해서는 침묵한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두 종목이 동시에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피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신용거래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워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날 개인들은 약 1조8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윤정인 피보나치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강제 반대매매가 대거 발생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진정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낙폭이 지나치게 컸던 만큼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라지브 드 멜로 가마자산운용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반도체주 조정의 출발점이 된 것은 맞지만 최근 급락은 펀더멘털보다는 투자 포지션과 강제 매도, 투자심리 악화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산지브 라나 CLSA증권 한국 리서치 총괄은 “시장 예상을 밑돈 영업이익은 제품 믹스가 다소 기대에 못 미친 영향"이라며 “2027년에도 메모리 공급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만큼 지금은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의 브루스 커크 일본 수석 주식전략가는 일본 AI 관련주의 급격한 매도세가 매수 기회를 만들었다며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적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지금은 일부 종목의 비중을 확대하기에 적절한 가격대"라며 “AI 투자 스토리가 무너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