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사회서 SK실트론 지분 70.6% 두산에 매각 승인
매각가 2조3000억원…최태원 회장 개인지분 29.4% 별도
이례적 ‘초과이익 공유’ 조건…2027~2034년 성과 나누기로
▲31일 SK㈜는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그래픽=김하나 기자
SK㈜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창인 가운데 핵심 소재 계열사 SK실트론을 두산에 넘기기로 했다. 단순히 지분을 팔고 끝나는 거래가 아니라 향후 8년간 실트론이 벌어들일 초과이익까지 나눠 갖는 조건을 함께 달았다는 점에서, SK가 당장의 몸값보다 '다음 10년'의 성장 과실을 계산에 넣은 매각이란 해석이 나온다.
31일 SK㈜는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매각가는 2조3000억원 규모다. SK㈜가 보유한 실트론 지분은 직접 보유 중인 보통주 51%와 증권사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확보한 19.6%로 구성돼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별도의 TRS 계약으로 개인 보유 중인 지분 29.4%는 이번 매각 대상에서 빠졌다. 두산 쪽은 실트론 지분 100% 확보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 회장 지분을 둘러싼 별도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핵심 소재사의 몸값이 오르는 시점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 SK그룹의 사업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SK㈜가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7개월 넘게 협상이 이어지며 매각 무산설까지 나왔던 배경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SK㈜가 이번 계약에 담은 조건은 이런 우려에 대한 답에 가깝다. 실트론이 2027년부터 2034년까지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EBITDA)이 일정 기준액을 넘길 경우, 초과분의 40% 중 매각 지분율(70.6%)만큼을 SK㈜가 되돌려받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실트론이 생산하는 4개 품목의 품질 인증이 완료되면 품목당 250억원에 지분율을 곱한 금액을, 향후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처분대금 초과이익도 지분율만큼 SK㈜에 지급하도록 했다. SK 쪽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이 좋아질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는 만큼, 향후 실트론 성장의 과실을 양사가 합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윈-윈 구조를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매각가보다 향후 8년간의 성장분을 나눠 갖는 구조에 무게를 둔 거래"라고 봤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기판이 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텔, TSMC 등에 공급하는 회사다. 12인치(300㎜급)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수준이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575억원, 영업이익 1931억원을 냈다. 1983년 설립돼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이번 매각으로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리밸런싱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는 비핵심 계열사 정리와 중복 사업 통합을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 대비 760% 늘어난 3조6700억원으로 끌어올렸고, 계열사 수도 2년 만에 219개에서 151개로 줄인 바 있다. SK㈜는 이날 “실트론 지분 처분은 재무 건전성 제고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은 이번 계약에서 빠진 최태원 회장의 개인지분 29.4%로 쏠린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룹 지배력을 지키면서 대규모 재산분할액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상장 지분인 실트론 지분 매각이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돼온 배경이다.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은 2017년 SK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옛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할 당시, 나머지 지분을 TRS 계약으로 개인 확보하면서 형성됐다.
이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유용'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최 회장 쪽 승소로 원심을 확정하며 일단락된 바 있다. SK와 두산 양측은 “최 회장 지분은 별도 협의 대상으로 이번 거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