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에너지 부처·공공기관 ‘갑질’ 문제…관료 조직도 전환해야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이원희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01 06:30

정책은 위에서, 부담은 아래로…현장에 쌓이는 성과 압박
정부·공공기관·사업자…뒤바뀌는 ‘갑과 을’의 구조
권위보다 경쟁·소통으로…에너지 산업도 조직문화 바꿔야

사진= 챗지피티

▲사진= 챗지피티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30대 사무관 사망 사건과 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의 갑질 문제 제기는 에너지 부문 공직사회의 조직문화에 다시 한번 경고음을 울렸다. 이번 사건을 개인의 비극이나 특정 기관의 문제로만 본다면 같은 일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년간 에너지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민간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갑질과 괴롭힘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피해자의 얼굴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구조는 계속 반복돼 왔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실무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법정 증언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정 발언의 진위와 별개로 당시 원전 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압박과 조직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당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거대한 정책 변화 속에서 현장 실무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부담은 상당했다. 최근에는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 조직이 통합되면서 서로 다른 조직문화가 충돌하는 과정까지 겹쳤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햇빛소득마을 3000개 이상 조성 같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현장에는 빠른 성과가 요구된다.



문제는 정책 목표가 커질수록 그 부담이 실무자에게 크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이미 10만 건을 넘어섰고, 한국전력·전력거래소·한국에너지공단은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과 문의를 처리한다. 과잉 발전으로 가동중단(출력제어)를 당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갑질을 당했다는 생각에 기관을 찾아오고, 기관은 기관대로 부족한 인력으로 이를 감당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위에서는 속도를 요구하고 아래에서는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누구라도 이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하면 여유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도 항상 피해자만은 아니다. 사업 허가와 평가 권한을 가진 기관들은 또 다른 관계에서는 갑이 된다. 사업자들은 입찰 과정에서 비공개 정성 평가가 이뤄지는 데 대해 공공기관이 갑질을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에 사업자들은 국회로 달려가기도 한다. 민원인은 국회의원실에 청원하고, 국회의 자료 요구란 수단을 통해 갑을의 위치를 역전시키고자 한다.



이처럼 에너지 산업에서는 갑과 을의 위치가 연쇄고리처럼 이어지고, 바뀌기도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공공기관은 사업자를 상대하며 권한을 행사한다. 사업자는 다시 국회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 모두가 어느 면에는 피해자이고, 또 다른 순간에는 가해자가 되는 구조다.


이제 정부도 모든 것을 쥐어틀고 직접 관리하려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기업 모두가 서로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은 권위와 압박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경쟁과 자율, 소통과 신뢰가 작동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갑질 논란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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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원희 기자 입니다. 기후에너지부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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