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가 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 참석자들 [사진=최태현 기자]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눌린 주가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 방식으로는 주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려는 유인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어렵다는 것이다.
VIP자산운용은 5일 정부의 주가누르기 방지 대책을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상속·증여 시점의 순자산가치를 최소 평가 기준으로 도입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담은 것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주가 누르기에 관한 방지 법안을 정부 차원에서 내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과거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정부안으로 주가 누르기를 막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상 승계를 염두에 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주가는 과거부터 쭉 눌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VIP운용은 “'짧게 누른' 주가는 보정할 수 있지만, '오래 눌린' 주가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주가 누르기를 막겠다면서 눌린 주가를 다시 기준으로 삼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을 담은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 평가액을 산정할 때, 현재 평가액에 30%를 더한 금액과 과거 6개월부터 최대 6년 6개월까지의 평균 주가 중 더 높은 금액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VIP운용은 6년 반이라는 평가 기간 자체도 문제로 짚었다. 그 사이 업황이 바뀌거나 인수합병으로 사업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기 진단키트 기업들의 주가 급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최근 반도체 호황을 지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6년 후에는 지금 주가가 그대로 반영되긴 어렵다고 봤다.
VIP운용은 “6년 반 전 주가는 '정상 가격'이라기보다,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가격"이라고 표현했다.
대안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이훈기 의원안을 거론했다. 시가평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순자산가치의 80%를 최소 평가액으로 삼아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에 따라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주가와 무관한 최소 기준을 둬야 주가를 낮춰 얻는 절세 효과 자체가 사라진다는 취지다.
다만 이 방식은 실무 부담이 따른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현장에서 많은 상장회사 실무담당자를 만나보면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해법은 평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성이 낮은 자회사에 대해서는 장부가액 사용을 허용하는 등 평가 절차를 합리적으로 간소화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순자산 기준 5% 미만 자회사는 장부가액을 선택적으로 쓰도록 하면, SK처럼 자회사가 많은 기업도 핵심 자회사만 제대로 평가해 전체 기업가치 대부분을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VIP운용은 정부안이 '의심 기업을 선별해 눌린 주가를 보정하는 방식'이라면, 의원안은 '주가를 낮춰 얻는 절세효과 자체를 없애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봤다.
VIP운용이 투자 과정에서 만난 기업 IR 담당자는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 대주주와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일반주주 사이에서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김민국 대표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단순히 상속·증여세 제도를 손질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대주주가 기업가치를 낮출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증시는 AI·반도체 등 특정 섹터에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많은 기업은 장기간 저평가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번 입법이 심각한 주가 양극화를 완화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