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냉방 정류장’도 하늘과 땅…지자체마다 설치 제각각, 관리는 사각지대[현장]

최태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09 15:18

서울 자치구 한 곳에만 53곳…바로 옆은 0곳
자동문 열어둔 채 에어컨 켜두기도
설치보다 관리가 더 문제…“덥다, 춥다, 고장났다”
야외 특성상 상시 관리 어려워

8월 들어 서울 강남이 39.2도, 경기 양주가 40.4도, 경남 양산 41.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 정류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취재 결과 냉방 정류장 보급은 지역에 따라 극과 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자치구에만 50곳 넘게 몰려 있는가 하면, 바로 옆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설치와 유지관리를 전적으로 시군 자체 사업으로 떠넘긴 구조가 격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마다 '에어컨 정류장' 천차만별

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송내역 앞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정류장' 내부 온도 [사진=최태현 기자]

▲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송내역 앞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정류장' 내부 온도 [사진=최태현 기자]

9일 경기도 부천시 송내역 앞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안에는 버스 도착 안내판과 에어컨, 휴대폰 무선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에어컨이 가동된 덕분에 내부 온도는 24~26도를 오갔다. 내부에는 더위를 식히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처럼 냉방 기기가 설치된 '밀폐형 버스 정류장'은 부천시 전역에 13개소에 불과하다. 전체 정류장(1104개)의 1% 수준이다.


부천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대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버스 정류장은 극히 드물다. 지자체 발표를 취합한 결과, 성남시는 88개소를 운영 중이며 올해 107개소를 추가해 총 195개소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성시 27개소, 구리시 26개소, 여주시 34개소, 군포시 25개소 등으로 확인됐다.



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송내역 앞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정류장' [사진=최태현 기자]

▲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송내역 앞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정류장' [사진=최태현 기자]

경기도 교통 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정류소 설치와 유지관리는 시군 사무이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 통합된 설치 현황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에서는 지난해 27개소, 올해는 64개소를 목표로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시군이 자체 예산으로 설치한 물량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9일 공공 데이터 포털에서 서울시가 지난해 취합한 스마트쉼터 현황을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자치구별 스마트쉼터는 지난해 기준 197개소 설치됐다. 이 중 성동구에만 53개소, 강남구에 32개소가 몰려 있어 두 자치구가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반면 영등포구·금천구·서초구는 설치된 곳이 없었고, 노원구·성북구·송파구는 각 1곳에 그쳤다.


인천은 에어컨이 설치된 정류장이 거의 없었다. 전체 정류장 3000여곳 가운데 3곳만 설치돼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밀폐형으로 에어컨을 설치한 곳은 거의 없다"며 “온열의자에서 최근 냉온열의자로 바뀌는 추세이고, 정류장 냉방은 주로 송풍기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설치비는 지원받아도 관리비는 오롯이 지자체 몫"

지자체는 설치 예산과 사후관리 부담을 이유로 냉방 정류장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에어컨이 설치된 밀폐형 버스정류장을 하나 설치하는 데 내부 시설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든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정류소 설치 지원 사업은 도비 30%, 시비 70%로 진행되는데 설치비만 지원할 뿐 유지관리 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다"며 “전기 사용료 같은 관리 부담 때문에 사업을 꺼리는 시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설치비가 비싼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관리가 더 문제"라며 “고장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부분까지 각 구청에서 검토한 뒤에야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치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에 따르면, 폐쇄형으로 만든 일부 정류장에서는 심야 시간대 청소년들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해 정작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더우니까 청소년들이 오래 머무는 곳이 돼 버려 정작 필요한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전했다. 설치 이후에는 “너무 덥다", “너무 춥다"는 민원과 함께 “고장 났는데 왜 운영을 안 하느냐"는 민원도 나온다고 했다.



자동문 열어둔 채 에어컨 켜기도

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 버스 정류장.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지만, 모든 문이 열린 상태로 있었다. 내부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사

▲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 버스 정류장.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지만, 모든 문이 열린 상태로 있었다. 내부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최태현 기자]

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는 자동문이 설치된 넓은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안에는 버스 도착 안내 현황판과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에어컨이 쉴 새 없이 가동 중이었지만, 내부는 후덥지근했다. 모든 출입문이 계속 열려있는 탓에 사실상 바깥 온도와 같았기 때문이다. 오후 12시경 홍대입구역 일대 기온은 34도에 육박했다.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 모씨(27)는 “너무 더워서 바깥이랑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서울조차 관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서울시가 2021년 8월부터 시범 운영해 온 미래형 버스정류장 '스마트셸터'는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7월 펴낸 실태조사에서 부실 운영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 버스 정류장.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지만, 모든 문이 열린 상태로 있었다. 내부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사

▲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 버스 정류장.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지만, 모든 문이 열린 상태로 있었다. 내부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최태현 기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개소 모두에 설치된 자동문은 단 2곳만 정상 작동했다. 나머지는 상시 열린 채로 방치돼 냉난방 효율과 공기청정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용 안내를 담당하는 키오스크도 13개소 중 4개소만 정상 작동했다. 스마트셸터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버스 배차 안내 단말기 역시 정상 작동 비율이 69.2%에 그쳤다. 작동하더라도 안내된 정차 위치와 실제 버스가 서는 위치가 달라 이용자 절반 이상이 혼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하거나, 중앙정부 공모 사업으로 하기도 하지만, 야외에서 밀폐 시설로 에어컨을 운영하는 데 드는 관리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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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자본시장부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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