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직군 통합 독립노조 출범 초읽기
주주들 “최대 실적 걸맞은 환원” 압박
HBM4·차세대 팹 투자 속도 변수 우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된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안팎에서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 안에서는 성과급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하는 직원들이 직군을 초월한 통합노조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밖에서는 주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세계 메모리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에 이익 배분을 둘러싼 이중 압박이 겹치면서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가 성과급·주주환원 문제를 얼마나 신속히 매듭짓느냐가 향후 투자 여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통합노조 설립 준비 모임은 지난 8일 설립신청서를 제출한 지 사흘째를 맞아 이번 주 안에 정식 출범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통합노조대기방'엔 지난 5일 개설 후 나흘 만에 4000명이 모였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3만4466명)의 11.6% 수준이다.
새 노조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를 두지 않는 '독립노조' 형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이천)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청주) 등 3개 노조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직군별로 노조가 쪼개져 협상력이 분산됐던 만큼 이번엔 MZ세대 기술·사무직 직원이 임시위원장을, 전임직 인사가 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처럼 상급단체 없이 조합원 이익만을 대변하는 독립적 연대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통합노조 결성의 직접적 계기는 성과급 갈등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이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 그러나 사측은 올해 교섭에서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 영업적자 발생 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내부에선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때문에 왜 우리까지 영향을 받아야 하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왔고, 직군을 합친 통합노조로 '성과급 사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주주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장 마감 직후 보통주 1주당 375원, 총 2733억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 배당률이 0.02%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42조94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고도 연간 현금 배당액이 2조1000억원, 배당 성향이 4.9%에 그친 데 이어 이번 분기 배당마저 저조하자 국내 소액주주는 물론 외국 대형 투자은행까지 나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단체는 주주총회 승인 없는 대규모 성과급 배분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공시를 통해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해 오는 9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일단 급한 불을 껐다. 다만 시장의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상태여서, 3분기에 내놓을 주주환원책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이익 배분 문제를 발 빠르게 매듭짓지 못할 경우 미래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와의 협상과 주주환원책 마련에 회사 역량이 묶여 있는 사이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든 배당이든 결국 나눠줄 파이를 키우는 게 먼저인데, 지금 SK하이닉스는 파이를 나누는 방식을 놓고 다투느라 정작 파이를 더 키울 시간을 까먹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언제,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하반기 이후 회사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HBM4 양산, 차세대 팹 투자처럼 지금 결정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데 회사 역량이 내부 갈등 수습에 묶여 있는 셈"이라며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