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찾는 네카오…인재상 재정비
초급 업무 AI가 대체…‘경력 사다리’ 흔들
▲네이버, 카카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확산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입 채용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한때 개발자를 대규모로 확보했던 네이버는 올해 신입 개발자 공채를 건너뛰고 AI 시대에 맞는 인재상과 선발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30세 미만 신규채용이 2년 새 36%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실시한 신입 공채에서는 AI 활용에 익숙한 'AI 네이티브'를 인재상으로 내세웠다.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던 2021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당시 IT업계가 앞다퉈 개발 인력을 늘렸다면 최근에는 채용 규모를 조정하면서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신입의 경력 형성 기회까지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에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숙련 인력을 길러내는 '인재 파이프라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네이버, 공채 이어 부스트캠프도 멈췄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은 올해 부스트캠프 웹·모바일과 AI Tech 과정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사진=부스트캠프 홈페이지 캡처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신입 개발자 공개채용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반기 공채 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신입 개발자 공채를 이어왔다.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2021년에는 기존 연 1회였던 신입 공채를 상하반기 두 차례로 확대했다. 당시 연간 개발자 채용 목표는 약 900명에 달했다. 2023년부터는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파이낸셜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팀네이버 신입 공채' 체제로 확대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네이버는 AI 도입으로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공채를 그대로 이어가기보다 이에 맞는 인재상과 선발 방식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가 도입되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 등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에 맞춰 어떤 인재상을 설정할지, 어떤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인력은 경력채용 등 다른 방식으로 계속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를 뽑는 방식뿐 아니라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커넥트재단은 2016년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과정에 이어 2021년 AI Tech 과정을 신설하며 매년 수백 명의 개발자를 배출해왔다. 두 과정 모두 올해 신규 운영을 중단했다.
커넥트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AI를 비롯한 기술 환경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개발자가 일하는 방식도, 성장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부스트캠프는 현재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 선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AI 환경이 확대되면서 커넥트재단에서도 이에 맞춰 전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다시 운영할 예정이다.
◇ 카카오, 채용 2년째 감소…30세 미만 36%↓
▲카카오의 전체 신규채용 인원은 2023년 452명에서 2025년 292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30세 미만 신규채용은 294명에서 187명으로 감소했다. 그래픽=김나현 기자
카카오 역시 최근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카카오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신규채용 인원은 2023년 452명에서 2024년 314명, 지난해 292명으로 줄었다. 2년 새 160명(35.4%) 감소한 규모다. 30세 미만 신규채용 역시 2023년 294명에서 2024년 208명, 지난해 187명으로 줄면서 같은 기간 107명(36.4%) 감소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단위 전 직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등 6개사가 참여해 세 자릿수 규모를 선발했다. 합격자들은 올해 1월 입사했다.
다만 올해 들어 새롭게 시작한 신입 공채 전형은 없다. 하반기 추가 공채 계획도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필요한 자리에 대해서는 상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추가 공채 계획은 아직 없지만 향후 진행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방식을 전환한 것은 아니며 기존에도 필요한 인력은 수시로 채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신입에게 요구하는 역량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해 그룹 공채에서 AI 기술 활용에 익숙하고 적극적인 'AI 네이티브' 인재 선발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의장은 “지금 청년들은 다양한 AI 기술을 접하고 활용하며 함께 성장해 온 첫 세대"라며 “남다른 질문으로 창의적인 답을 찾아낼 줄 아는 젊은 인재들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좁아지는 신입문…“주니어 없이 시니어 없어"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카카오의 채용 변화와 맞물려 노동시장에서도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고용연구팀장과 오영식 조사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
IT 분야에서도 청년 고용 위축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취업자는 31.4% 줄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에서도 16.6% 감소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한정된 통계는 아니지만, IT와 지식서비스 업종 전반에서도 청년 고용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AI가 사회초년생이 주로 맡아온 정형화된 인지 업무부터 빠르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료 검색과 정리, 문서 초안 작성, 기초 분석, 번역, 단순 코딩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력자가 쌓은 조직 특화 경험과 암묵지, 예외 상황에 대한 판단력은 상대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오 팀장은 “AI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매뉴얼화된 초급 업무"라며 “시니어들이 가진 조직 특화 경험이나 암묵지, 예외 상황에 대한 판단력은 쉽게 대체할 수 없고 시니어들은 AI를 활용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인력 효율화가 장기적으로 숙련 인력을 키우는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AI가 초급 업무를 대체하고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경우 신입이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도 줄면서 숙련 인력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개별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노동 비용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사회 전체의 후생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니어 없이 시니어가 생기지 않는다. 값싼 AI로 인재 파이프라인을 훼손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