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대·매출 2.5조…내년 3월 17일 출범 ‘통합 진에어’, 업계 판도 바꾼다

박규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22 01:29

기단 31대→58대…티웨이보다 26%, 제주항공보다 29% 커
인천·부산 ‘이원 거점’에 규모의 경제…기종·조직 통합 과제

출입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상단)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CI. 사진=박규빈 기자·각 사 제공

▲출입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상단)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CI. 사진=박규빈 기자·각 사 제공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2027년 3월 17일 '통합 진에어'로 출범해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시장의 1위 구도가 바뀔 전망이다. 세 회사의 항공기와 노선, 인력을 한 법인에 모은 기단 58대 규모의 '메가 LCC(저비용 항공사)'가 등장하면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이끌어 온 기존 경쟁 질서도 재편될 전망이다.


22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3사 합병안을 승인하고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의결한 뒤 항공사업법상 합병 인가와 안전 운항 체계 변경 검사과 해외 항공 당국의 승인·신고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예정대로 절차가 끝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해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하는 12월 17일로부터 석 달 뒤 한진그룹의 LCC 통합도 마무리된다.



합병은 진에어가 존속 법인으로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진에어는 두 회사의 자산·부채·권리·의무·고용·법적 지위를 승계한다. 합병 비율은 진에어 1 대 에어부산 0.2862684 대 에어서울 0.7501939다. 상장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관련 법령에 따른 기준 시가를 토대로 합병 가액을 정했고,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반영한 본질 가치 평가를 적용했다.


이번 합병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기단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진에어 31대·에어부산 21대·에어서울 6대를 더하면 통합 진에어의 보유 항공기는 58대다. 기존 진에어보다 27대, 87.1% 늘어나는 것으로 합병 전의 1.87배에 이른다.



같은 시점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은 46대, 제주항공은 45대를 보유했다. 통합 진에어는 티웨이항공보다 12대(26.1%), 제주항공보다 13대(28.9%) 많은 기단으로 출발하게 된다. 경쟁사보다 20% 이상 큰 선두 사업자가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외형은 매출에서도 앞선다. 2025년 각사 공시 매출을 합산하면 진에어 1조3810억 원, 에어부산 8326억 원, 에어서울 2897억 원 등 약 2조5000억 원이다. 같은 해 티웨이항공의 연결 매출 1조7982억 원보다 약 7000억 원(39.2%), 제주항공 1조5799억 원보다 약 9200억원(58.4%) 많다.


이에 따라 국내 LCC 시장은 여러 회사가 엇비슷한 규모로 경쟁하던 구도에서 통합 진에어가 외형상 선두에 서고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뒤를 쫓는 '1강 2중' 구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 진에어의 첫 번째 경쟁력은 수도권과 영남권을 함께 아우르는 거점망이다. 지금까지 세 회사에 흩어져 있던 노선과 운항 시간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설계하면 수요가 겹치는 노선의 공급을 조정하고, 확보한 항공기를 성장 노선이나 지방 공항 출발 국제선에 재배치할 수 있다. 인천에 집중된 국제선 수요를 부산 등 지방으로 분산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서로 다른 출발 시간과 목적지를 제시할 여지도 커진다.



두 번째 경쟁력은 운항 대응력이다. 기단이 커지면 정비나 기상 악화, 항공기 고장 등 비정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체 항공기와 승무원을 투입할 선택지가 늘어난다. 성수기에는 수요가 강한 노선에 공급을 집중하고 비수기에는 항공기를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탄력 운용도 쉬워진다. 항공기 1~2대의 이탈이 전체 운항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만큼 결항·지연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비용 경쟁력이다. 항공기 임차와 보험·연료·부품·정비·지상 조업·공항 서비스·정보기술(IT) 계약을 한 회사가 통합 발주하면 구매 협상력이 커지고, 항공편 한 편이나 좌석 하나를 공급하는 데 드는 단위 비용을 낮출 여지도 생긴다.


통합 고객 기반도 자산이다. 예약·발권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을 단일화하면 이용자는 한 번의 검색으로 기존 3사의 노선을 비교·예약하고, 같은 기준으로 공항 수속과 탑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측도 세 브랜드에 흩어진 고객과 운항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를 예측하고 노선별 가격과 공급을 더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58대를 완전 공동 운용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에어는 보잉 737·777 계열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 A320·A321 계열을 주력으로 운용한다. 조종사 자격과 정비 인력, 부품, 훈련 체계가 기종별로 나뉘기 때문에 합병 직후에도 기단을 이원 관리해야 한다. 단일 기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쟁사보다 초기 정비·교육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기단 재편에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세 회사의 임금·인사 제도·조직 문화·근무 기준을 맞추는 작업 역시 난도가 높은 과제다. 특히 에어부산이 지역 항공사로 성장해 온 만큼 부산 거점 기능과 고용을 통합 법인에서 어떻게 유지할지는 지역 사회가 주시할 쟁점이다. 예약·발권 시스템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나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검증도 필요하다.


소비자 선택권을 둘러싼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회사는 통합 기단과 노선 재배치로 목적지와 스케줄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지만, 세 브랜드가 하나로 줄고 중복 노선이 정리되면 일부 노선이나 시간대에서는 경쟁 편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노선 효율화가 공급 축소보다 신규 노선 확대와 운항 안정으로 이어지는지가 합병 효과를 가를 핵심이다.


진에어는 자사의 기존 운항 증명(AOC)과 운영 기준을 토대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의 기단, 운항, 정비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일원화하고, 출범 예정일 전까지 국토교통부의 안전 운항 체계 변경 검사를 통과한다는 목표다. 국내 심사가 끝난 뒤에는 취항 국가별 승인과 신고 절차를 밟는다.


진에어는 세 항공사가 축적한 전문성을 결합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통합을 마무리하고, 노선 운영 최적화와 고객 선택권 확대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LCC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산업부 kevinpark@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