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용산공원보다 넓고 주거환경 우수”…탄천물재생센터 대안 제시
주거·공원·첨단산업·R&D 복합개발…청년 일자리·주거 연계 구상
“이전 4~5년·주택 건설 4~5년”…용산공원보다 기간 단축 가능 주장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권한 이양엔 “위험천만한 탁상행정”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모처의 한 식당에서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등 서울 주택 문제 협의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세 번째 회동을 갖고 용산공원을 비롯한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다시 논의한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오 시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의 최대 1만3000가구 공급 구상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오 시장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는 용산공원에서 주택 공급을 검토하는 부지보다 규모가 크고 주거환경도 훨씬 우수하다"며 “최소 1만가구에서 최대 1만3000가구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탄천물재생센터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하수처리시설로 부지 면적은 약 39만3000㎡다. 정부가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는 용산어린이정원 약 30만㎡보다 9만㎡가량 넓다. 지하철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수서역, 수서IC가 가깝고 대모산과 탄천, 삼성서울병원 등 생활기반시설과도 인접해 있다.
서울시는 노후화된 탄천물재생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뒤 기존 부지의 절반가량에 주택을 짓고 나머지 공간에는 공원과 첨단산업·연구개발(R&D)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주거와 일자리, 공원이 결합된 '동남권 청년 특화단지'로 개발해 청년층의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부지 절반 정도에 주거시설을 넣고 나머지에는 공원과 첨단산업·R&D 단지를 조성하면 최소 1만가구에서 최대 1만3000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다"며 “청년 특화단지로 조성할 경우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가 직접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부지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실효성 있고 바람직한 주거단지가 될 수 있다"며 “급조된 제안이 아니라 2년 전부터 관련 검토를 진행했고 용역도 마친 상태"라고 강조했다. 탄천물재생센터 현대화·이전 사업은 현재 민간투자 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의 지상 하수처리시설 전경. 서울시는 시설 이전 후 이 부지에 주거·공원·첨단산업·연구개발(R&D) 시설을 조성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 부지가 용산공원과 비교해 주택 공급 시기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완전히 반환받은 뒤 토양오염 정화와 도시계획,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오 시장은 이 과정에 짧게는 8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탄천물재생센터도 기존 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주택을 건설해야 해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부지는 아니다. 서울시는 시설 이전에 4~5년, 주택 건설에 다시 4~5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정부가 민간투자사업 관련 심의와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사업 기간을 1~2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은 미군으로부터 본체부지를 모두 이양받고 토양오염을 정화한 뒤 도시계획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8~10년이 걸린다"며 “탄천물재생센터도 이전과 주택 건설에 각각 4~5년이 걸리지만 정부 심의가 조속히 진행된다면 1~2년 정도 기간을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6일 국토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이 대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은 지난해 11월과 이달 20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에도 용산공원 주택 공급과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서울 주택 현안을 논의했지만 용산공원 본체부지 활용을 놓고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상징성, 도심 녹지의 가치를 고려해 본체부지를 주택용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캠프킴과 국군재정관리단 부지, 한국은행 생활관, 외교부 주차장 등 용산공원 주변 유휴부지와 탄천물재생센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대상 부지와 공급 방식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500가구 이하면 구청장 이양?…광역 도시계획 훼손"
오 시장은 정부·여당이 검토하는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청장에게 넘기는 방안에도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서울의 도시계획은 교통과 기반시설,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 광역적인 요소를 입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이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500가구 이하 사업의 권한을 구청장에게 주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정비사업 절차가 서울시 심의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이 모두 9개 단계로 진행되며 이 가운데 서울시가 맡는 절차는 정비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 등 2개 단계뿐이고 나머지 7개 단계는 이미 자치구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구청장에게 일정 권한을 넘기면 정비사업이 더 빨라질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돼 있다"며 “자치구별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구청장이 바뀐 뒤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계획 권한 조정은 전문가 의견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서울시와 심도 있게 협의해 합리적인 방향을 설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회동에서는 탄천물재생센터의 사업성 및 공급 시기와 함께 용산공원 주변 대체부지 활용,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탄천 부지 개발을 위해서는 물재생센터 이전 장소 확보와 주민 수용성, 막대한 사업비 조달, 민간투자 적격성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대체부지에서 우선 접점을 찾을지가 이번 회동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