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속도전’…2028 총선 넘어 ‘연속 집권’ 판 짠다

김윤호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27 14:32

취임 열흘 만에 총선준비·조직개편·민주당TV·대통합추진단 가동
범진보 결집 넘어 중도·보수까지 외연 확장…지지 기반 넓히기 시동
2028 총선 앞두고 조기 체제 구축…내년 4월 재보궐이 첫 시험대

ㅇㅇ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경북 안동시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열흘 만에 당 조직 정비부터 민생, 홍보체계 개편, 총선 준비, 범여권 통합까지 전방위적인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전국 단위 선거가 예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표 직속 총선준비종합상황실과 대통합추진단 등을 잇달아 띄우며 2028년 총선을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단기적인 당 쇄신을 넘어 민주당 안팎의 세력을 재편하고 지지 기반을 넓혀 2030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기반을 미리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속도다. 지난 17일 전당대회(전대)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수해 현장을 찾은 데 이어 취임 이튿날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고, 이후 대표 직속 조직을 잇달아 가동했다. 총선준비종합상황실을 비롯해 민주연구원 혁신TF, 민주당TV 추진TF, 정치제도개혁추진단, 불금정치 골목민생단, 대통합추진단, 전당대회 제도 개선TF, 당원정비TF 등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는 각기 다른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방향은 당의 조직·당원·정책·홍보·선거 기능을 조기에 재정비하는 데 있다. 특히 총선준비종합상황실을 대표 직속으로 둔 것은 2028년 총선을 사실상 임기 초반부터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원들에게도 이미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고 생각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이처럼 서두르는 배경에는 지금이 당을 재편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 이후 다음 전국 단위 선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공천과 후보 단일화 등 이해관계가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전에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건 '100일 공약'도 속도전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김 대표는 당선되면 민주당 지지율의 하락세를 멈추고 3개월 뒤 10%포인트(P)를 회복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직후에도 약속한 내용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짧은 기간 안에 당의 변화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당내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가 필요한 사안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겠다며 회의 내용 유출에 강한 경고를 내놨고, 이후에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발언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공개적으로 경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민주당의 브랜드와 회의 방식, 구성원 복장까지 전면 재검토하도록 한 홍보체계 개편과 자체 미디어인 '민주당TV' 추진까지 더해지면서 당의 의사결정과 메시지 생산 구조를 대표 중심으로 정돈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가 당내 기반을 서둘러 다지는 데는 전대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전대에서 54.08%를 얻어 정청래 후보(45.92%)를 꺾고 당대표에 올랐다. 과반 득표에는 성공했지만 당내 상당수가 김 대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취임 초기부터 당을 장악하고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것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54.08%를 얻어 당선됐지만 정청래 후보를 지지한 45.92%의 당원도 있었다는 점에서 당내 기반이 단단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자신이 당을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총선을 앞두고 조직을 빨리 가동하고 공천 과정에서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공천했는지에 대한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김 대표 입장에서는 총선 준비를 풀가동하면서 자신의 공천 주도권을 당내에 인식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시선은 민주당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24일 당대표 직속 대통합추진단을 출범시키면서 범여권 세력 재편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추진단 산하에는 진보연대분과와 조국혁신당연대분과, 영입·확장분과를 두고 범진보 정당과의 연대·통합, 외부 인재 영입을 동시에 추진한다.


김 대표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와 김종훈 진보당 대표, 문미정 기본소득당 대표 권한대행을 잇달아 만나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조국혁신당과는 정청래 전 대표 체제에서 한 차례 무산됐던 통합 논의를 다시 테이블에 올렸다. 김 대표는 신 대표에게 합당 여부와 관계없이 연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민주당원과 혁신당원의 동의, 민주당의 당명과 정체성 유지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모든 범여권 정당을 민주당으로 흡수하기보다는 통합할 수 있는 세력은 통합하고, 독자성을 유지하려는 세력과는 선거·정책 연대를 추진하는 다층적인 연합을 만들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다만 조국혁신당은 양당 사이의 신뢰 회복과 정치개혁 과제에서 민주당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통합까지는 적지 않은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내년 4월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데다 2028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인 만큼 선거연대나 후보 조정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각 정당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지가 대통합 작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범진보 결집만이 김 대표 구상의 전부도 아니다. 대통합추진단에 영입·확장분과를 별도로 둔 것은 민주당 밖의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까지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같으면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끊임없이 확장한다'는 구상을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연 확장은 정당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진보 진영에 치우친 정책만으로는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끌어오기 어려운 만큼 실용과 합리적 중도를 강조하는 정책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외연을 확장하려면 사람을 영입하는 것뿐 아니라 정책도 합리적 중도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책이 진보 쪽으로만 가면 중도·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실용으로 다시 복귀해 이탈한 중도층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기적인 집권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지도 읽힌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이해찬 전 대표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단순한 총선 승리가 아니라 20년, 30년 민주당의 황금시대를 바라보면서 연속 집권의 판을 짜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조직을 빠르게 정비하는 것과 실제 선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대통합추진단 설치 과정에서 당내외 반발이 나온 것처럼 범진보 정당과의 통합·연대 역시 공천과 지분, 정치개혁 의제 등을 둘러싼 조율이 필요하다. 결국 김 대표의 속도전이 당의 체질 개선과 범여권 재편을 넘어 2028년 총선에서 실제 득표와 의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연속 집권의 판'을 가늠하는 핵심 관문이 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윤호 기자 입니다. 정치경제부 kyh81@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