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 생도 2840명…교수 1인당 학생 수 서울대 3분의 1”
반대 측 “장교 양성 기관 비교 대상은 외국 사관학교여야”
현장선 거센 반발…“중복 기능 공동화, 학교 통합과 별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서울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 프린스턴대·하버드대 등 국내외 일반 대학과 비교하며 통합 필요성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위 교육에 더해 군사 훈련·생활 지도·숙식·의료·장교 가치관 교육까지 담당하는 특수 목적 교육 기관을 일반 대학의 학생 수와 교수 효율성 지표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다.
김 실장은 26일 서울 용산 국방 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각 사관학교의 학생 규모가 “일반 대학교 단과 대학 정도의 사이즈"라고 말했다. 육·해·공사 생도를 모두 합해도 2840명인데 이들을 위해 학교별 시설과 교수진, 지원 인력이 따로 투입돼 '분산 투자'가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와 KAIST의 캠퍼스 면적이 약 44만평으로 비슷하지만 KAIST의 학생은 약 4000명이라고 설명했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도 비교 자료에 등장했다. 교수 운용을 놓고는 사관학교의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서울대의 3분의 1, KAIST의 2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교양 과목의 95%, 전체 교육 과정의 70~80%가 비슷한데도 세 학교가 별도 교수진과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김 실장이 제시한 발표 화면에는 이 비교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왜 미국과 다른 방식일 수 밖에 없는가? (2/2)'라는 제목 아래 한국 육·해·공군사관학교는 각각 700~1000명, 리버럴아츠 칼리지는 평균 2500명, KAIST는 4000명으로 표시됐다. 이어 미국 육·해·공군사관학교는 각각 4400명, 프린스턴대는 5500명, 하버드대는 7100명, 서울대는 1만7000명으로 제시됐다.
국방부는 화면에 '미국 사관학교들은 독립 운영 가능 규모'라고 적고, 그 아래에 '육·해·공사 각각 약 4400명 규모로, 프린스턴대 학부생 약 5500명의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각 사관학교는 미국 사관학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세 학교를 따로 운영할 규모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래프 역시 한국 사관학교를 가장 왼쪽의 가장 낮은 막대로, 서울대를 가장 오른쪽의 가장 높은 막대로 배치해 규모 차이를 부각했다.
하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학교가 작다'는 사실과 '학교를 합쳐야 한다'는 결론 사이의 인과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사관학교의 생도 수가 한국보다 많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관학교의 독립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하려면 양국의 병력 규모와 군별 장교 소요, 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비중, 임관·교육 체계 차이부터 함께 비교해야 한다. 일반 대학인 프린스턴·하버드·서울대는 물론 평균 2500명으로 제시된 리버럴아츠 칼리지까지 한 그래프에 놓은 것도 서로 다른 기능의 교육 기관을 단순히 학부생 수만으로 줄 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실장이 제시한 수치가 오히려 사관학교의 양호한 교육 여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교수 1명당 담당 학생이 적다는 사실은 일반 대학에서는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긍정적 지표로도 쓰인다. 소수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에서는 밀도 높은 교육과 생활 지도가 필요하지만 김 실장은 낮은 교수당 학생 수가 왜 '낭비'이며 교육 실패로 이어졌는지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제시하지 않았다.
비교 대상의 성격도 다르다. 프린스턴·하버드·서울대·KAIST는 일반 고등 교육과 연구가 중심인 대학이다. 반면 사관학교는 △군사 훈련 △체력 단련 △생도 생활 전반 통제·지도 △급식·피복·의료 △임관 교육을 함께 수행한다. 같은 학생 수라도 필요한 교수와 지원 인력·시설의 종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캠퍼스 면적과 교수 1인당 학생 수만 나란히 놓는 것으로 운영 효율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토론자로 나선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이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통합 반대 측 패널인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우리나라 사관학교의 장교 양성 비용이 높다고 하려면 다른 나라 사관학교와 비교해야지 왜 일반 대학과 비교하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사관학교 비용에는 먹고 자는 숙식비까지 포함돼 일반 대학 교육비와 단순 비교하면 금액이 부풀려진다며 순수 교육비만 놓고 보면 국내 일반 대학의 중하위권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내세운 '교육 과정 중복'도 통합의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반론이 나왔다. 같은 교양 과목을 가르친다면 공동 강의·학점 교류·교수진 공동 활용부터 검토할 수 있는데 왜 학교와 캠퍼스의 물리적 통합으로 곧바로 넘어가느냐는 것이다.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은 “문제 의식과 정책 수단은 같지 않다"며 “미래전 대응을 위해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래서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복 기능이 있다면 효율화해야 하지만 “학교를 통합하지 않고 기능을 공동화하는 것도 정책 대안"이라며 통합안과 비통합 대안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은 2011년 각 군 대학을 합쳐 창설한 합동군사대학교 사례를 들었다. 당시 각 군 전문 교육과 합동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 끝에 2020년 각 군 대학이 다시 분리됐다는 것이다. 조 대령은 “합동성 교육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보장하면서 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물리적 통합이 합동성을 자동으로 담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이날 김 실장이 꺼낸 서울대·KAIST·프린스턴·하버드 비교는 통합의 필요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기보다 국방부 논리의 빈틈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게 됐다. 교육 기관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관학교의 특수 비용과 군별 전문성, 통합에 들어갈 신규 비용을 뺀 채 학생 수와 교수 비율만 비교해서는 정책 결론을 정당화할 수 없어서다. '비슷한 과목과 기능이 있다'는 진단과 '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처방 사이를 연결할 실증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