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IET 흡수 합병에 주주 ‘뿔’…“밑빠진 독 물 붓기”

최태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27 15:53

SK이노베이션, SKIET 흡수 합병에 급락
“지원 필요성 인정하지만 주주보호 뒷전”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환원 필요”

SK이노베이션 CI

▲SK이노베이션 CI

SK이노베이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 합병을 발표한 날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락했다. 실적 부진에 빠진 자회사를 모회사가 떠안으면서 그 부담을 주주들이 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IET 지원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주주 보호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병 추진 과정에 SK이노베이션이 추가 주주 환원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SKIET 채무 불이행 막기 위해 흡수 합병 결정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 자회사 SKIET를 흡수 합병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전날 증권사 연구원과 기자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합병 설명회를 열고 합병 배경과 시너지 효과를 설명했다.



회사는 SKIET 재무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면서 재무 불안정성이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흡수 합병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금 창출력과 자금조달이 제한적인 상황에 단기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SKIET는 올해 상반기 영업 손실 13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4년 적자로 돌아선 뒤 3년 가까이 적자 행진이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1조150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52%로 지난해 말보다 83%포인트 급증했다.



김윤회 SK이노베이션 경영전략실장은 “SKIET가 당면한 적자 상황과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 단기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재무 부담이 지속되는 악순환을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필요성은 인정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 결정은 독립법인 유지에 따른 채무 불이행 발생 가능성이 SK이노베이션 계열 전반의 사업·재무 리스크로 번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도 “(SKIET는) 사실상 독립 영업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필요한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장 평가는 '싸늘'

하지만 시장은 이번 합병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합병 발표 당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합병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떠안을 부담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 호황으로 역대급 흑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1년 전 4323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5조649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호황에도 그룹 차원의 결정으로 SKIET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전유진 연구원은 “SKIET 지원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전통에너지 중심으로 그 어느때보다 호황이 이어지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행보가 결코 달가울 순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주주는 SK온과 SKIET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소재 사업을 떼내 SKIET를 설립한 뒤 2021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같은 해에는 배터리 셀 사업 부문을 떼내 SK온을 설립했다. 두 회사를 물적분할 할 때 SK이노베이션 주주는 분할 법인에 대한 주식을 받지 못했다. SKIET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도 중복상장 할인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가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반면 현재는 SKIET 분리막 사업 부진과 재무 부담을 신주 희석과 자금 부담으로 다시 떠안게 됐다.


iM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알짜 자산 매각과 핵심 계열사를 희생해 SK온과 SKIET를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만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 연구원은 “약 5년째 이어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행보가 이젠 SKIET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선 실망감과 허탈함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주 보호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을 주주 보호 대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은 상법상 '소규모 합병'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주주 관점에서 검토를 마쳤고, 지분 희석도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윤회 실장은 “특별위원회 설치 이후 독립적인 검토 과정을 거쳤고, 법무부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내용도 반영해 검토했다"며 “이번 합병은 지분 희석 효과가 제한적이고 합병 이후 희석 효과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사회 결의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투업계에서는 자회사 지원이 우선될 경우 주주 환원 기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재성 연구원은 “SK온과 SKIET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한도를 명확히 설정하고 업황 호조에 따른 증가분을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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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자본시장부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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