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 6개월째
호르무즈 공격·협상 재개 불가능
군사압박서 ‘경제적 디데이’로 선회한 트럼프
“전쟁 최종 단계” 주장하지만 “굴복 가능성 낮아” 반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을 맞았다. 이번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대로 수주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종전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기 대치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외교·안보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티븐 쿡 선임연구원은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4~6주 정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고, 이란이 효과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이제 자신들이 가진 지리적 이점의 힘을 확인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권한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이란을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했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디데이'를 선언하며 이란의 자금줄을 옥죄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란을 겨냥한 '경제적 왕따 작전'의 일환으로 이집트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방크 미스르의 아랍에미리트(UAE) 지점에 대해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쟁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평화 협상도 사실상 결렬된 상태다. 이란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수용돼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화 재개까지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현재 배럴당 88달러 수준으로 전쟁 발발 이후 20% 넘게 올랐다. 다만 지난 4월 기록한 배럴당 126.41달러의 고점과 비교하면 약 30%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증시는 아직까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붐과 이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유가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대해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기준금리가 연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둔화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이란과의 전쟁이 “최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종전으로 이어질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에서 이란과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그레고리 브루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충돌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현재 어느 쪽도 확전을 감행하거나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디데이'에 대해 “이란이 굴복하기를 기대하며 관망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직면해서도 매우 강한 회복력을 보여왔다"며 “198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지만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기보다는 저항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 토드먼 선임연구원 역시 “경제 압박을 중심으로 한 전략이 이란을 굴복시키거나 협상에서 더 큰 양보를 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데니스 로스는 “이란 지도부는 자국민에게 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것을 개의치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제적 고립 전략이 이란을 훨씬 강하게 압박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란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원유·가스 수출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승리로 규정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토드먼 연구원은 “미국의 승리가 어떤 모습인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 종식부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정권 교체까지 목표가 광범위해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