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 향한 확신 없으면 할 일 있다”
월가선 12월까지 2회 인상 가능성 전망
8월 고용·CPI 주목… 트럼프 반발 등 변수는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잭슨홀 기조연설에서 물가 압력이 충분히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오는 9월 15~16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시 의장은 전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나의 기준은 이렇다. 우리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재 금융 여건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으며 기준금리가 연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물가 압력이 충분히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사한 셈이다.
워시 의장은 또 연준의 2% 물가 목표에 대해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고 못 박으면서 최근 물가 지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올여름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7월 PCE 가격지수와 CPI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7%, 3.4% 상승했다.
◇ 9월 인상 확률 35%→57%…월가도 전망 수정
시장도 워시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로 인상될 가능성을 57%가량 반영하고 있다. 워시 의장의 연설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약 35%에 불과했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11.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348%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워시 의장의 발언으로 오는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후 12월에도 두 번째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버코어ISI 역시 최근까지는 물가 흐름을 감안했을 때 연준이 기존의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봤지만 워시 의장의 연설을 계기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잡았다.
피델리스 캐피탈의 크리스 건스터 채권 총괄도 “워시는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에 따라 9월 FOMC를 앞두고 다음 달 4일과 11일 각각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와 CPI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8월 CPI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9월 금리 인상이 사실상 굳어질 전망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사진=AP/연합)
◇ “금리 3%p 낮추고 싶다"…트럼프 변수도 여전
다만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더라도 9월 금리 인상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앤더슨연구소의 제임스 클라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는 있지만 “연준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을 뿐 실제로 언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전략가 역시 “워시 의장에게는 여전히 정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며 “아직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적 변수도 남아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반발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채권시장 변동성을 미국인들이 우려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매우 잘하고 있다"며 이어 현재의 금리 수준에 대해 “인위적으로 높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은 아무 이유 없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시장에 나가 '연준이 정한 수준보다 3%포인트 낮게 빌리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최근 장기 국채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높은 차입 비용을 낮추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울프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설이 9월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리를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변수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워시 의장과 백악관의 관계, 그리고 그의 정책 판단 방식에 대한 기존 분석을 감안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