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예산안] 162조 ‘미래대응기금’ 승부수…반도체 호황 세수, 성장동력 될까

김윤호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2 14:29

반도체 호황에 국세수입 194조 증가…AI·인재·지방에 재투자
162조 중 104조 여유자금…미래투자·재정안정 두 목표 ‘시험대’
정부 재정 1원이 민간투자로 얼마나 이어질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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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2026~2030 국가재정운용계획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확대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입하기 위한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이 사상 처음 820조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급증한 세수를 당장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첨단산업과 인재·지방 성장 등에 재투자해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기금은 현재 세수 증가를 이끄는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미래 성장동력에 재투입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은 미래산업 투자뿐 아니라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화 기능도 함께 갖는다. 결국 162조원이라는 규모보다 이 재원을 어떻게 민간투자와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12.8%) 증가한다. 총지출이 8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증가율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눈에 띄는 것은 세입과 세출이 동시에 크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5조6000억원(30.4%) 증가하고,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194조2000억원(49.8%) 늘어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등이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가 이처럼 확대된 재정 여력을 활용해 꺼내든 카드가 미래대응기금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분 등을 재원으로 조성된다. 내년 기금 규모는 162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52조9000억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사업계정에, 109조4000억원은 총괄계정에 각각 배분된다.


다만 기금 162조3000억원이 모두 내년 사업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4대 사업계정에 배정된 52조9000억원 중 실제 사업비로 집행되는 규모는 45조4000억원이며, 나머지 7조5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는다. 총괄계정에서도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 축소에 활용되고, 96조9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적립된다. 이에 따라 전체 여유자금은 104조4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미래대응기금은 단순한 '162조원짜리 미래산업 투자기금'이라기보다 미래산업 투자와 재정안정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에 가깝다. 세수가 크게 늘어난 시기에 재원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일부를 적립해 향후 세수 감소나 경기 변동 등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 '포스트 반도체'로

이번 재정 운용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현재의 주력산업에서 발생한 재정 여력을 미래 성장산업 육성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경기와 수출 실적에 따라 기업 실적과 세수 여건이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정부는 이번 예산을 통해 반도체 호황으로 확대된 재정 여력을 AI와 첨단산업, 인재 양성, 지역 성장 기반 등에 투입해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활용해 '반도체 이후'의 새로운 성장축을 준비하는 셈이다.


다만 재정 투입이 곧바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정부의 재정이 기업의 후속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얼마나 유도할 수 있느냐다.


특히 AI·첨단산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기술 변화가 빠른 만큼 정부 지원 이후 민간의 추가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재정의 성장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투입하는 재정이 민간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로 기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미래투자와 재정안정, 두 목표 잡을 수 있나

미래대응기금의 또 다른 변수는 미래투자와 재정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다.


정부는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을 적립해 세수 변동이나 경기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경우 재정 운용의 완충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안정 측면의 의미가 있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이 둔화해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세수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향후 세수 여건이 악화될 경우 미래산업 투자와 재정안정 중 어느 쪽에 재원을 우선 배분할 것인지가 과제가 될 수 있다.


'162조'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투자와 성장 효과

결국 이번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는 기금의 규모가 아니라 재정이 실제 경제활동을 얼마나 변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확보한 재원을 AI와 첨단산업, 인재, 지역 성장에 전략적으로 투입하고 기업의 후속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유도한다면 반도체 호황으로 확대된 세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반대로 재정 투입이 기업의 추가 투자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대규모 재정 투입의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는 기금의 규모가 아니라 재정이 실제 민간투자와 성장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세수 증가→미래 투자→민간투자 확대→성장→세수 확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대된 세수가 일회성 재정 여력에 그치지 않고 AI와 첨단산업 등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27년 예산의 진짜 시험대는 162조원을 얼마나 많이 썼느냐가 아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활용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이후'에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느냐에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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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윤호 기자 입니다. 정치경제부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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