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 의무기간 끝나면 일반 임대주택 전환…임차인 갱신 요구 땐 매도 제약
다주택자 세부담 증가, 임대료 상승·민간 임대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져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내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세법상 주택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사업자가 세제상 불이익을 피하려면 일정 기간 내 주택을 처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매도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세부담 증가가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 이언주·김현정 의원과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등록임대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기존 임대주택에까지 과세 기준을 변경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세제혜택 유지하려면 내년 말까지 매도…임차인 갱신권과 충돌
이번 8·3 세제개편안은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에 대한 과세특례를 축소·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내년 말까지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임대 의무기간 중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8년 말까지는 중과세율을 일부 완화해 적용하고, 2029년부터는 관련 특례를 전면 배제한다.
문제는 임대사업자의 세법상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말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등록임대주택은 등록이 말소되면서 일반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거나 실거주 등 법정 사유가 없다면 갱신을 거절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세제상 혜택을 유지하려면 내년 말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이른바 '세낀 아파트'의 매도가 더욱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다주택자 세부담 늘면 저가 임대주택 공급 위축 우려
협회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 역시 서민 주거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지만, 2018년 9·13 대책 등으로 인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을 등록할 때에는 합산을 못하게 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중심에서 보유가액 중심으로 바꾼다고 설명했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기존 9억원에서 '4억원+5억원의 안분'으로 사실상 축소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8년 80%로 높이고, 세율도 상승시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증가시켰다.
다주택자 보유주택 상당수는 지방 및 소형, 저가 비아파트라는 점에서 협회는 다주택자는 저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임대인이 주를 이룬다고 봤다. 서울 아파트만 보유한 사람은 2주택자는 3.78%, 3주택자는 1.8%였다. 주택 1호당 평균 공시가격은 1주택자의 경우 약 4억8100만원이지만 4주택 이상 보유자는 약 1억5800만원이었다. 4주택 이상 보유자의 보유주택 평균 면적은 약 46㎡로 작았다.
이들의 종부세 부담이 늘면 월세로의 전환이 급격해질 수밖에 없고, 임대료의 상승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주택자에게 중과한 세금이 임대료 상승과 공급 감소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 임대료 제한·보증보험 등 의무 부담…“세제특례 단순 특혜로 봐선 안 돼"
등록임대주택은 공공임대만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어 민간에서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에게 권리관계나 보증 등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임대료를 1년에 5% 이상 올릴 수 없는 증액 제한 의무도 가진다.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임대의무기간 중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도 없다. 임대보증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들을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특례를 단순히 특혜라고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등록임대주택과 일반 임대주택 임대료 차이를 분석한 결과 등록임대주택이 시세의 절반가량 저렴했다. 서울 전세의 경우 2024년 등록임대주택 평균 전세가는 2억5741만원으로 시중 일반 주택 평균 전세가인 4억8508만원과 비교해 약 53% 수준이다. 월세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등록민간임대주택 월세 임대료가 일반 월세 시세보다 45.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의 취지는 알겠으나 시장에서 운영될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 안정이 우선적인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조세 정의로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주거 안정을 해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