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감] SNS 계정 일부러 지우는 이유…“내 과거가 발목 잡을까 두렵다”

이상무 기자·김선율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6 09:15

어린 시절 사진부터 과거 게시물까지 흔적 삭제
취업 앞두고 SNS 비공개·계정 폐쇄 잇따라
지우개 서비스 신청 1년 만에 1만7000건 돌파

에너지경제신문은 강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허만섭 교수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청년공감' 코너를 운영합니다.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은 다양한 '시대공감'을 청년의 시각과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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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설정 화면에서 소셜 미디어 계정 탈퇴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모습. 이미지=Chat Gpt 생성

“내 죽음보다 무서운 건 내가 잊고 싶은 과거가 영원히 온라인에 떠도는 것이다." 대학생 손 모 씨(여·20)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페이스북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릴 때 올린 사진과 철없던 시절 쓴 이상한 글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될까 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계정을 삭제한 지금 손 씨는 지우고 싶었던 흑역사가 사라져서 아주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타인이 이미 캡처했거나 퍼간 기록은 완벽히 지울 수 없다는 사실에 여전한 찜찜함을 드러냈다.


최근 20대 사이에서는 자신의 온라인 흔적을 지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평판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이 원인이다. 강원대 에브리타임 이용자 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최근 1년 내 블로그나 SNS 등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L은 아래와 같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가끔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는데, 예전에 쓴 글이 보일 때마다 소름 돋아서 죽고 싶다. 내가 지우고 싶어도 이미 퍼진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진짜 스트레스다. 차라리 계정을 아예 다 삭제해버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상태로 있고 싶다."



삭제되는 내용의 유형은 다양하다. 취업 준비생 김 모 씨(24)는 인스타그램에 쓴, 이른바 '중2병' 식의 과한 감성 글이나 개인적인 고민 상담 글이 나중에 보면 너무 부끄러워 계정 삭제를 경험했다고 적었다. 설문 응답자 M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보관함에 남은 과거 연인과의 사진이나 음주 사진 등이 해킹이라도 돼서 유출될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사적인 대화 내용이 담긴 DM(다이렉트 메시지) 캡처본이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러한 기록들을 방치할 경우 평판 관리나 취업 등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설문 응답자 조모 씨(20)는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 등 지능형 범죄에 악용될까 봐 무서워서 SNS를 다 비공개로 돌렸다. 조 씨는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합성 범죄 소식을 접한 뒤 얼굴이 노출된 게시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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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지우개.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20대에게 디지털 기록은 자아의 확장이 아닌 관리해야 할 부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 업체에 사후 데이터 삭제를 의뢰하거나, 생전부터 유료 서비스를 통해 기록을 관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오래된 플랫폼의 흔적도 예외는 아니다. 설문 응답자 K는 초등학생 때 지식인에 올린 미숙한 질문과 답변 활동 내역이 검색 결과에 여전히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밤새 하나씩 다 지웠다는 경험담을 공유했다. 그는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편향된 생각이나 미숙한 발언이 현재의 나를 규정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대학 오기 전에 SNS에서 내 흔적을 싹 다 지우니까 그나마 속이 시원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남겼다. 그는 기존 계정을 폐쇄하는 '계정 세탁'을 거친 뒤 새로 계정을 만들어 활동 중이며, 이때부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을 올릴 때 극도로 조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과거 흔적을 정리했다는 후기가 매일같이 올라온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에 남은 데이터가 미래의 사회적 신용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의 60% 이상은 취업 시 기업에서 자신의 SNS를 뒷조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시기 게시물의 삭제를 도와주는 '지우개 서비스'는 도입 1년 만에 신청 건수가 1만7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용 의향을 묻는 설문에서 성인 10명 중 7명(71%)이 서비스 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할 만큼 과거 기록 노출에 대한 불안감은 세대를 불문한 공통된 정서로 나타났다. 과거의 '나'를 지우고 현재의 '나'를 지키려는 청년들의 사투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풍경이다. 기록의 홍수 속에서 '지울 수 있는 자유'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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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상무 기자 입니다. 정치경제부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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