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조 응급의학회 이사장, 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서 강조
전문인력 육성 없이는 사상누각…의료리스크·보상 동시 해결을
▲전병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지난 4일 열린 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에서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의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았다. 왼쪽은 학회 강희경 이사장. 사진=박효순 기자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어디까지 왔나?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나?
의료계와 환자단체·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하이브리드 학회인 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가 지난 4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응급의료 시스템의 혁신 △환자·보호자와 의료진과의 소통 등 한국의료의 현안 화두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이날 학술대회서 속칭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을 키우고 이들이 현장에 남을 수 있도록 보상과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의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희망봉을 돌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전병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전남대 의대 교수)은 “응급실 미수용 원인을 단순한 병상 부족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 치료를 담당할 전문의와 배후진료팀이 없다면 장비와 병상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4년 1월부터 8월 사이 119 재이송(도착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의 약 40%는 이러한 전문의료인력 부재가 원인이었다.
▲지난 4일 열린 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에서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의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전병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사진=박효순 기자
전 이사장은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필수의료·응급의료 시스템에 24시간 대응 가능한 최소 인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긴요하다"면서 “지역에 흩어진 치료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이사장은 자원 효율화가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고 분석하면서 필수의료 전공자가 그 분야에 남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밝혔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과를 선택해 전문의가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련받은 대학병원이나 지역 거점병원에 남아 중증환자를 진료하고, 그들이 전임의(펠로우)를 하고 교수가 되면서 후배 전문의를 길러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의에 나선 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 오주환 학술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심평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장)도 이에 공감했다. 의료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과 네트워크 구축은 필요하지만 필수의료 인력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원인을 그대로 둔 채 효율성만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중증응급의료 인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사법 리스크와 보상체계 문제를 꼽았다.
▲이필수 경기도의료원장이 원격으로 페널토의에 참석해 토론문을 읽고 있다. 사진=빅효순 기자
이필수 경기도의료원장(전 의협 회장) 또한 원격 토론을 통해 “응급의료는 충분한 정보와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만큼 불가피한 결과까지 의료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구조의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함께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의료진이 방어진료에서 벗어나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사가 결정하고 환자는 따르는 의료 넘어 한국형 '공유의사결정' 최선의 지표 마련돼야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치료법을 선택하는 '공유의사결정(SDM)'에 대한 발표와 논의도 큰 관심을 모았다. SDM은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가치와 선호를 반영해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양대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유상호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보호자·의사가 함께 의학적 결정을 하고는 있지만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환자와 의사가 체감하는 소통의 질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3분 진료'다. 의사가 환자측이 대화를 자세히 나눌 시간이 없다.
유 교수는 공유의사 절차에 대해 상담 목표를 정의하고 환자 참여 필요성 설명, 각 선택지 장단점 설명, 환자 선호도와 필요도 탐색, 의사결정, 결정이행을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 강희경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당연히 환자중심 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결국 당연한 일들을 우리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의 학회(환자중심지속가능의료학회)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