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황유 다시 800달러 진입…WTI 연일 급등세
고부가 제품에 밀린 선박유…전쟁發 수출 감소도
고운임이 충격 억제…공급난 심화하면 불확실성↑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들. 사진 = 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고조되면서 선박용 연료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 시황 자체는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선박유 공급난 우려가 확대되며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8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싱가포르 저유황유(LSFO) 가격은 톤(t)당 848달러로 전주 대비 63.5달러 상승했다. 한 주 만에 약 8.1% 오른 수준이다. 고유황유(HSFO) 역시 같은 기간 13달러 오른 642달러(t당)를 기록했다.
당초 선박유 가격은 직전 주 당시 LSFO 기준 784.5달러(t당)로 800달러를 하회했으나, 원유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격화 양상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연료유 역시 상승 전환했다.
실제 WTI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CL) 기준 지난달 27일 배럴당 83.53달러에서 지난 4일 91.48달러로 일주일간 9.5% 급등했다. 이날도 한국 시간 오후 3시 기준 93.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선박유 가격 상승세가 국제유가 오름세와 맞물리는 가운데, 연료 자체의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빠듯해진 수급이 선박유 가격의 하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정유업계가 중동전쟁 이후 휘발유·경유 등 고마진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연료유 생산 여력이 줄어든데다, 러시아와 중동 등 주요 공급지역의 연료유 수출 감소가 겹치면서 수급 부담은 지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연료유 시장의 올 3분기 공급 부족 규모가 하루 평균 21만80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 부족 규모가 하루 약 6000배럴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부족분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싱가포르와 유럽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푸자이라 등 주요 벙커링 허브의 연료유 재고 역시 최근 3년 계절 평균보다 약 30%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급 감소폭도 가파르다. 러시아의 연료유 수출은 지난해 하루 평균 86만배럴 이상에서 지난달 하루 59만1000배럴까지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지난 3~8월 평균 연료유 수출량도 하루 44만7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당장의 유류비 부담은 주요 선종의 운임 강세가 업계 충격을 흡수하는 양상이다.
실제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3628포인트(p)로 전주 3186p 대비 13.9% 상승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같은 기간 3509.53p에서 3590.05p로 2.3% 상승해 시황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탱커 운임 역시 강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가용 선복이 줄고 화주들의 조기 확보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4일 기준 중동~중국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기간용선환산수익(TCE)은 하루 70만4025달러로 전주 대비 4만7857달러 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이에 더해 업계는 유류할증을 통해 유류비 부담을 운임에 전가하고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수익성 충격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유류할증은 선종별·계약구조 특수성에 따라 일정 시차를 두고 운임에 반영되는데다 연료 효율화 역시 선박유의 구조적 공급부족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선박유 공급난이 실현 및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선박유 상승 부담은 유류할증을 통해 충격을 일부 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심화할 경우 역내 가격 변동성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