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韓日 에너지 공동구매하고, 송전망도 연결해야”

김하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8 10:52

“韓日 뭉치면 6조달러·세계 4위 경제권…교섭력 키울 수 있어”
에너지 공동 구매·비축 제안…장기적으로 송전망·가스관 연결

개회사 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월 30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1차 회의 겸 저출산 대응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를 공동으로 구매·비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송전망과 가스관까지 연결하는 '한일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최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두 나라가 뭉쳐야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 비용 절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갈등이 공급망과 시장을 분절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큰 시장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제 질서나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경제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로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비용 부담도 꼽았다. 그는 “양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며 “한일 시장을 연결하고 주요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초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공동체 추진 과제 중 1순위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최 회장은 “양국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장래에는 서로 전력을 융통할 수 있는 송전선 연결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적 교류도 유럽연합(EU)의 솅겐협정 수준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솅겐협정은 유럽 29개국의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 등 국경 통과 절차를 면제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최 회장은 “양국 국민이 체감할 성공 사례를 쌓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면 된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 차원의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일 금융회사가 AI와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 공동 펀드를 조성하고, 양국에서 모두 적용되는 보험 상품을 출시하거나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최근 주목받는 AI와 관련해서는 SK 차원에서도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며 NTT, 도쿄일렉트론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촉구했다. 그는 “한국도 CPTPP에 가입해야 한다"며 “가입 자체보다 한국과 일본에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참여를 전제로 설계된 CPTPP가 미국 탈퇴 이후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한일이 협정을 움직이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고 최 회장은 전했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품어온 아이디어"라며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계기로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에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내가 이끄는 SK그룹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6∼7년 전부터는 구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의 경제 단체를 찾아가 회합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공동체 추진 과정의 제약 요인으로는 제도적 차이를 꼽으면서도 세대별 인식 변화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예전에는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반감이 있었지만,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며 “서로 보복해봤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규모가 큰 이웃 국가로서 그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적인 측면이 아니라 거리상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에 가깝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이 협력한다고 해도 중국을 능가하거나 위협할 규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기고 성장을 촉진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 대한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전제한 뒤 “AI붐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이러한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며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가 있는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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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하나 기자 입니다. 산업부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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