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컨설팅 거쳐 통합안 마련한 것…기존 조종사 90% 이상 승격 시기 단축”
단협 24조 사문화·과거 가처분 기각 제시…“임금·휴식·수당, 잠정 합의 수준”
“양사 내부 서열 유지하고 승진·훈련 기준 통일…통합 대상자 경력 인정해야”
▲대한항공 CI·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 심볼 마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조종사 승진 서열을 문제 삼아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한 조종사 노동조합에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승진 기준은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에 속해 노동 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통합 이후에도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격이 늦어지는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8일 대한항공은 자사 조종사 노조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문에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객관적·합리적인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사 조종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도록 설계한 안인 만큼 조종사 노조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며 자사 출신이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먼저 승진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요구는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요구하는 합의의 내용과 성격부터 문제 삼았다. 다른 회사 출신 조종사의 승진 기준을 자신들과 합의하도록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쟁의에 나서겠다는 것은 회사의 인사권에 관한 사안을 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관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실도 근거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종사 노조는 2004년 임단협에서도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장 승격 등에 관한 인사권이 사용자 측에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회사는 이러한 경위를 들어 통합 승진 서열을 반드시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노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합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존 기장 승격 요건과 내부 상대 서열이 모두 유지된다는 이유 노동 쟁의 대상으로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에 대해서도 회사는 이번 사안에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의 항공기 규모와 기장 수요 등을 반영해 향후 승격 시기를 분석한 결과 기존 자사 조종사 가운데 통합 전 예상보다 승격이 지연되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90% 이상은 기장 승격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지하 1층에 마련됐던 대한항공 팝업 스토어에 진열된 모형 항공기와 조종사 모자. 사진=박규빈 기자
운항 본부 관리 매뉴얼(FOAM)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통합 이후 기장 승진 요건을 현재 대한항공 기준으로 통일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훈련과 심사 기준 역시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양사가 서로 다른 채용 조건을 운영해 왔지만 그 차이가 반영된 각 회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통합 이후에도 유지한다고 했다. 군 출신과 민간 경력 출신 조종사 간 승격 서열 격차는 대한항공이 평균 9개월, 아시아나항공이 평균 4년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과정에서 이 격차를 그대로 보존해 기존 서열을 뒤흔드는 혼란을 방지할 계획이다.
회사가 제시한 민간 경력 조종사의 입사 비행 경력 기준은 대한항공 1000시간, 아시아나항공 300시간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에도 자사 민간 경력 조종사가 아시아나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보다 기장 승격 시기에서 평균 3년 3개월 앞선다고 했다. 따라서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의 승진이 밀리는 등의 불이익은 없다는 전언이다.
회사는 양사의 내부 서열과 기존 격차가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 때문에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가 불리해진다는 해석을 부인했다.
임금과 휴식·수당 등 나머지 임단협 의제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은 노조가 제시한 협상 상황과 실제 진척 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열을 제외한 사항들은 이미 잠정 합의 수준으로 의견이 모였고 노조 집행부도 내부 공지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여러 차례 알렸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승진 순위에 관한 요구만으로는 쟁의 대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해 잠정 합의된 임금 등의 사항에도 이견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통합 과정에서 양사 조종사가 쌓아 온 자격과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대방의 기존 자격과 경력을 인정하지 말라는 요구는 앞으로 함께 일할 조종사를 동료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조는 쟁의 조정 절차와 통합을 방해하는 극단적·일방적 주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양사 조종사 모두 승객을 안전하게 수송하겠다는 같은 마음으로 조종간을 잡아 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