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21개 카운티 수돗물 조사
91%에서 과불화화합물 TFA 검출돼
스포츠·전해질 음료는 생수보다 52배
기존 PFAS 검사로 놓칠 수 있어
한국도 수돗물·생수 실태조사 필요
▲(자료=챗GPT)
미국 뉴저지주의 수돗물과 시판 음료에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초단쇄 과불화화합물(PFAS)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특히 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TFA)이 수돗물은 물론 생수와 스포츠·전해질 음료에서 확인됐다.
탄소 사슬이 아주 짧다는 의미의 '초단쇄' PFAS는 분자 크기가 작고 물에 잘 녹아 환경 중에서 매우 쉽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기존의 PFAS 분석법과 정수처리 방식으로는 제대로 검출하거나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확인된 이번 결과가 한국에서도 관심을 끄는 이유다.
◇뉴저지 수돗물 대부분에서 TFA 검출
미국 뉴저지공대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진은 뉴저지주 21개 카운티에서 수돗물 70개 시료를 채취하고, 시판 병 음료 43개 제품을 추가해 모두 113개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hy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분석 결과 가장 빈번하게 검출된 물질은 TFA였다. 전체 시료의 86.7%에서 TFA가 검출됐으며, 수돗물에서는 91.4%의 검출률을 기록했다.
수돗물에서 확인된 TFA 농도는 L당 74~1360 ng(나노그램, 1 ng=10억분의 1g) 범위였고, 중앙값은 352ng/L이었다. 지역별로 농도 차이가 있었지만 특정 한 지역에만 집중된 양상은 아니었다.
TFA 외에도 퍼플루오로프로피온산(PFPrA), 퍼플루오로에탄설폰산(PFEtS), 퍼플루오로프로판설폰산(PFPrS) 등 다른 초단쇄 PFAS가 검출됐다. 반면 퍼플루오로메탄설폰산(PFMeS)은 검출되지 않았다.
◇일반 생수보다 스포츠음료가 훨씬 높았다
시판 음료에서도 TFA가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전체 병 음료 시료의 79.1%에서 TFA가 확인됐다.
특히 음료 종류에 따른 차이가 컸다. 일반 생수의 TFA 평균 농도는 약 295ng/L였지만, 이온음료·스포츠음료·코코넛워터 등 배합 음료에서는 평균 1만5400ng/L가 검출됐다. 일반 생수보다 무려 52.2배 높은 수준이다.
일부 전해질 음료에서는 TFA 농도가 9만4100ng/L까지 올라갔고, 스포츠음료에서도 최대 3만3000ng/L가 검출됐다.
생수라고 모두 같은 것도 아니었다. 역삼투압(RO) 등을 거친 정제수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가 나타난 반면, 샘물이나 미네랄워터처럼 취수원 특성이 많이 반영되는 제품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가 확인됐다.
이는 음료에 사용되는 물 자체뿐 아니라 음료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와 첨가물, 제조 과정 등도 초단쇄 PFAS 노출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주의' 필요
탄소 원자가 2개로 초단쇄 PFAS는 과거에는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동물실험에서 갑상선 호르몬 감소와 생식·발달 영향이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6년 TFA의 허용섭취량을 기존보다 72% 낮췄고, 유럽화학물질청(ECHA) 위험평가위원회는 생식독성 물질(Category 1B)로 분류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뉴저지공대 연구에서 검출된 수돗물 속 TFA 농도는 EFSA 기준보다 훨씬 낮다. 하루에 수돗물을 2L 마신다고 했을 때 섭취허용량의 0.3% 수준으로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TFA는 물뿐 아니라 음료·식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출될 수 있어 전체적인 누적 노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출 농도가 가장 높은 음료의 경우(9만4100 ng/L) 하루 1L를 마실 경우 60kg 성인의 섭취허용량의 11%에 해당한다.
◇왜 TFA가 물에 이렇게 많이 남나
TFA가 기존의 장쇄 PFAS와 다른 점은 물에 대한 높은 용해성과 이동성이다.
과불화옥탄설폰산(PFOS), 과불화옥탄산(PFOA) 같은 대표적인 PFAS는 비교적 큰 분자이기 때문에 활성탄 등 흡착을 이용한 처리로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TFA처럼 탄소 사슬이 매우 짧은 물질은 물에 잘 녹고 흡착제에 잘 붙지 않는다.
때문에 일반적인 정수처리 과정만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한 번 환경으로 유입되면 하천이나 지하수 등을 따라 넓게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TFA가 수돗물에 존재하는 경로도 복잡하다. TFA 자체가 처음부터 물에 직접 배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기 중에서 다른 불소계 화합물이 분해·변환되면서 TFA가 생성되는 경로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일부 불소계 냉매와 산업용 화학물질, 불소계 농약·의약품 등에 포함된 전구체가 대기 중에서 변환돼 TFA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생성된 TFA는 빗물이나 눈 등 강수와 함께 지표면으로 내려와 하천·호수·지하수 등으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TFA 오염은 특정 공장 주변에서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국지적 산업오염과 달리 대기를 통한 광역적인 이동과 침적이 중요한 특징이 될 수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살펴볼 필요
산업시설로 인한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도체 제조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는 공정 특성상 다양한 불소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초단쇄 PFAS 또는 관련 전구물질이 폐수나 대기 등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뉴저지 연구가 반도체 공장을 TFA의 직접적인 주요 배출원으로 규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TFA의 대표적인 오염원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초단쇄 PFAS의 환경 유출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는 산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이번 연구를 단순히 '미국 뉴저지의 수질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는 TFA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특수 화학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각·공조 설비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고, 화학·농업·제약산업에서도 다양한 불소계 화합물이 사용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불소계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첨단 제조시설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돗물에서 TFA가 얼마나 검출되는지, 강수와 하천·지하수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생수와 스포츠·전해질 음료에는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수장에서 이들 물질이 얼마나 제거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정수공정과 활성탄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역삼투압(RO) 같은 고도처리가 필요한지도 실제 국내 원수와 정수장을 대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