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민간 준비는 ‘척척’…상용화는 ‘2단계법’에 발 묶여

최태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18 15:10
스테코인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국내 금융·플랫폼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 서비스의 기술적 밑그림을 잇달아 완성하고 있다. 글로벌 발행사와 업무협약을 넘어 실제 서비스 환경에 가까운 기술 실증(PoC)까지 마친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이를 상용 서비스로 연결할 발행·운영 기준은 디지털자산 2단계 법제화가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면서 공백 상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법 시행 세부규칙 마련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경쟁까지 본격화하고 있어, 제도 정비가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토스·쿠팡, 기술검증까지 마쳤다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업무협약을 맺고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과 글로벌 결제·송금 분야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토스·토스뱅크도 같은 달 서클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 및 스테이블코인 기술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는 업무협약을 넘어 실제 기술 검증 단계로 나아갔다. 카카오페이는 기존 카카오페이머니 지갑을 스테이블코인 등 온체인 자산까지 관리할 수 있는 통합형 지갑으로 확장하는 기술 실증을 마쳤다. 쿠팡과 우리은행은 쿠팡이 초기 파트너이자 투자사로 참여한 레이어1 블록체인 '템포(Tempo)'를 기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주문 결제 건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실시간 송금·정산되는 과정과, 전자지갑·은행계좌를 연계해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를 상호 전환하는 온·오프램프 과정을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기술 검증이 곧바로 사업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어떤 사업자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지, 준비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이용자의 상환 요구를 어떻게 보장할지 등 핵심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다. 기업들이 실제 서비스 구조와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려면 이 기준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




미국은 세부규칙까지, 국내는 법안 소위 논의도 아직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 서비스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17일 지니어스법(GENIUS Act) 이행을 위한 세부 규칙안을 공개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판매 범위와 인가 기준 등 실제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민간 경쟁도 개별 서비스를 넘어 인프라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운영 중이고,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정산 시범사업에 이어 금융회사·핀테크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보관·이체·상환을 지원하는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VSP)'을 내놨다. 개별 발행·결제를 넘어 다른 금융사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운영을 지원하는 인프라 영역으로 경쟁 축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입법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은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금융 혁신 사례와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이달 중 공청회를 열고,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께 법안소위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0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금융 혁신 사례와 대응 전략' 국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0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금융 혁신 사례와 대응 전략' 국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법 만들어져도 '시차'는 남는다

법적 기준이 마련된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 서비스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실제 사업에 나서려면 새로 정해질 발행·준비자산·상환 기준에 맞춰 시스템과 내부 절차를 다시 정비하고 서비스 구조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도 마련이 늦어지는 만큼 실제 시장 진입 시점도 그만큼 뒤로 밀리는 구조인 셈이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마련된 이후에도 기업들이 실제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새 기준에 맞춰 시스템과 내부 절차 등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일찌감치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의 준비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제도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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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자본시장부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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