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만7000달러까지 올라
올해 저점인 6월말과 비교하면 46% 급등
16% 하락한 삼성전자와 대조적
“크립토 윈터 끝…역대급 강세장 가능” 낙관론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들(사진=로이터/연합)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강한 반등세를 이어가며 9만달러선을 넘보자 투자자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1년 가까이 이어진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장기 침체기)가 마침내 끝나고 새로운 상승장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2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11시14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5% 가량 오른 8만560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중순 6월 이후 처음으로 7만달러선을 돌파한 뒤 이달 중순까지 7만5000~8만달러 사이에서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다. 이후 전날 오후부터 상승폭을 본격적으로 키웠고 이날 새벽에는 한때 8만7000달러를 넘어서며 지난 1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최근 7일 동안 9% 올라 2743.7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바이낸스는 9.35%, 리플은 5.88%, 솔라나는 14.75%, 제트캐시는 25.4%, 하이퍼리퀴드는 16.46%, 도지코인은 19.03% 각각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7일 동안 10% 가까이 뛰었다. 올해 저점인 5만8000달러대를 기록했던 지난 6월 말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약 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월30일 33만4000원에서 현재 28만원대로 약 16%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6월 말 265만원에서 현재 191만원대로 밀리며 약 28% 급락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를 웃돌며 기록한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 33%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수익률 역시 아직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추이(사진=트레이딩뷰)
그럼에도 비트코인 시세가 마침내 바닥을 찍고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맷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1일(현지시간) 방송에 출연해 “나는 그것(크립토 윈터)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크립토 스프링(봄)'이고 크로커스 꽃이 피고 있다"며 “이번 상승장은 가상자산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오래 지속되는 강세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건 CIO는 가상자산 가격이 한동안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시장의 펀더멘털은 오히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전반에서 거래가 늘어난 데다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도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가격은 경기순환적으로 하락했지만 펀더멘털은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다"며 “이제는 연말로 갈수록 가격이 펀더멘털을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 온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여전히 사상 최고가 아래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최근 비트코인 랠리는 가상자산 시장이 잇따른 악재를 상당 부분 소화한 가운데 거시경제 여건까지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클래리티 법안'도 상원의 절차표결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6월말 이후 비트코인 가격(보라색), 삼성전자 주가(푸른색), SK하이닉스 주가(녹색) 흐름 추이(사진=트레이딩뷰)
반면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은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21일 전장보다 3.4% 내린 배럴당 100.3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8일 97.92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루 낙폭으로는 8월25일 이후 최대다.
브렌트유는 지난 15일 배럴당 108.75달러를 찍은 뒤 이날까지 약 8% 급락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오는 24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위험선호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IG의 크리스 보챔프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이 국채금리와 부채 증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이 다시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사로잡혀 있다가 다시 위험선호 분위기를 되찾았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가 3주 만에 비트코인 매입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래티지는 757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숏 포지션도 대거 청산됐다.
코인글래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청산된 롱·숏 포지션 규모는 총 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숏 포지션 청산 규모만 약 8억7800만달러에 달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추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보고 포지션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로이터/연합)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몰렸던 투기성 자금이 다시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호건 CIO는 AI 투자 열풍이 그동안 “방 안의 산소를 모두 빨아들였다"며 “모멘텀을 따라 움직이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AI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AI 열풍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그 자금이 다시 가상자산 시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랠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고 미국 국채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가상자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거시경제 여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열기도 과거 강세장 수준까지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