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 “구체적 헌법적 근거·사유 찾을 수 없어…재제청 응할 수 없다”
靑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하는 것…헌법에 위배되는 인식”
노태악 퇴임 후 6개월째 공백…대법관 제청 둘러싼 갈등 격화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즉각 반박하며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협의한 뒤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온 관례와 달리 지난달 18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손봉기 후보자를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의 제청이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은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이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직후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후임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대법관 공백에 따른 국민 피해도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하고 청와대가 이를 정면 반박하면서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도 한층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법관 후보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둘러싼 헌법적 해석이 맞서는 가운데 대법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