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 차지…다양한 국적 고객 ‘북적’
2층서 향·색 조합해 나만의 제품 제작…체험형 매장 차별화
▲서울 명동에 있는 '라네즈 서울' 전경. 사진=여헌우 기자.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자리 잡은 '라네즈 서울'. 지난 22일 오후 기자가 찾은 라네즈 서울은 한국 화장품 매장이라기보다 작은 '글로벌 뷰티 체험관'에 가까웠다. 제품을 골라 계산대로 향하는 고객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하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매장 안에서는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자주 들렸다.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일본·중국인보다는 서양인 비중이 훨씬 높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흑인 여성은 “피부에 제품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나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K-뷰티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동 한복판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라네즈 서울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6월 명동에 문을 연 라네즈 최초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브랜드 철학인 'OPEN TO WONDER'와 뷰티 기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공간을 꾸몄다.
▲라네즈 서울 2층에 마련된 '립 슬리핑 마스크' 체험 공간. 선택 가능한 조합이 최대 45가지에 이른다. 사진=여헌우 기자.
▲라네즈 서울 2층에 마련된 '립 슬리핑 마스크' 체험 공간. 선택 가능한 조합이 최대 45가지에 이른다. 사진=여헌우 기자.
인상적인 공간은 2층이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제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서다.
대표 체험은 '비스포크 립 슬리핑 마스크 스월'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여러 향을 조합해 자신만의 립 슬리핑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색과 향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구성돼 있다.
선택 가능한 조합은 최대 45가지다. 온도 제어 기술과 노즐 엔지니어링을 적용한 전용 기기가 고객이 선택한 조합에 맞춰 제품을 완성한다.
기성 화장품을 사는 것과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른 라네즈'를 가져간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며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이 많았다.
개인화 체험은 립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비스포크 네오'에서는 150가지 컬러 데이터를 토대로 1대1 컬러 분석을 진행한 뒤 자신에게 맞는 쿠션을 만들 수 있다. 색상을 정하면 아모레퍼시픽이 특허 출원한 제조 로봇이 현장에서 제품을 완성한다.
▲라네즈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AI를 활용해 자신의 피부를 분석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비스포크 크림 스킨'은 인공지능(AI) 피부 분석 기술을 활용한다. 피부 상태를 측정해 25개 조합 가운데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약 20분 만에 개인화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어준다.
라네즈는 최근 글로벌 앰버서더인 방탄소년단(BTS) 진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늘 밤은 슬리핑 마스크'를 메시지로 내걸고 바쁜 일정 속 밤 시간 피부 관리에 슬리핑 마스크를 활용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BTS 진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은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됐다. 라네즈 슬리핑 마스크는 2020년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량 5830만개를 넘어섰다. 워터·바운시앤펌·시카 등 피부 고민에 따라 세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라네즈 서울에서 만난 외국인 고객들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해외에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제품을 서울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끌어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라네즈는 1994년 출범해 30년 넘게 이어온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다. 국내에서 성장한 뒤 해외로 나가는 수준을 넘어 현재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이핏데이터(YipitData) 기준 라네즈는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주에서 연평균 1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전년보다 47% 매출이 뛰었다.
해외 소비자를 끌어들인 핵심 제품 중 하나도 립 슬리핑 마스크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아마존과 세포라 등 주요 유통망으로 판매처도 넓혔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네즈 서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네즈 서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명동에 문을 연 라네즈 서울은 일반적인 '국내 직영점'과 성격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브랜드가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에 처음으로 세운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이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 '라네즈 서울'이라는 이름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제품을 많이 진열한 대형 매장이라기보다 30년 넘게 성장한 라네즈가 세계 소비자에게 지금의 브랜드를 보여주는 '서울의 얼굴'에 가까웠다.

